WSJ "중국, 오랫동안 끌어온 외국인투자법 입법에 속도"
새 외국인투자법에 지적재산권 보호·강제 기술이전 금지 포함
"법률 초안 내용 모호하고 높은 차원"…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할 목적으로 새 외국인투자법을 만들기 위한 입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오는 29일과 30일 이틀간 법률안 초안 심사를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달 23일 1차 심의를 한 새 외국인투자법 초안에 대한 2차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전인대 상무위가 예정에 없던 회의를 발표한 것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오랫동안 끌어온 외국인투자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또 "중국이 미국에 대한 양보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전인대 상무위가 법안 심사를 위한 1월 회의 일정을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2월 외국 투자기업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외국인투자법 초안을 전인대 상무위에 제출했다.

전인대 상무위는 이 법률 초안에 대해 1차 심의를 마쳤다.

전인대에는 지난 2015년부터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투자법안들이 제출돼 있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인대 상무위가 새 외국인투자법 초안 심의를 위한 일정을 서둘러 잡은 것은 오는 3월 전인대 전체회의에 때맞춰 3차 심의를 끝내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국에서는 통상 전인대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3차 심의를 거친다.

하지만 전인대 상무위가 2차 심의로 새 외국인투자법에 대한 법률 심사를 마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우한(武漢)대 친쳰훙 교수는 특별한 경우 2차 심사만으로 법안을 처리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로펌인 윌머헤일의 레스터 로스 변호사도 전인대 상무위가 새 외국인투자법 2차 심의 일정을 서둘러 잡은 데 대해 "무역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교롭게도 전인대 상무위의 새 외국인투자법 2차 심의는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 직전에 열린다.
중국, 무역협상 걸림돌 제거하나…새 외국인투자법 입법 박차
중국의 대미무역 협상 책임자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오는 30∼31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7∼9일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했다.

차관급 협상에서는 미국산 농산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확대 문제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외국 기업의 기술이전이나 지적 재산권 보호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이 막강한 국유 부문을 약화할 수 있는 변화를 용인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외국 기업들이 많다.

이들은 새 외국인투자법 초안에는 외국인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기술의 강제이전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원론적이고 모호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 공공 의견 청취를 이유로 공개한 이 법안의 초안에는 외국인 지적 재산권 보호, 외국인 기술의 강제이전 금지, 외국 기업의 내국민 대우, 외국인 기업에 대한 금융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법률 초안은 중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 간의 기술 합작을 자발적인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며, 행정 기관이나 정부가 행정적 수단을 활용해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무역갈등에서 미국 측이 가장 문제 삼는 지적 재산권 보호와 기술의 강제이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용이 모호하고 원론적이어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중 무역위원회의 자콥 파커 부대표는 "우리의 관심은 법률 초안이 너무 모호하고 높은 차원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인대 상무위가 새 외국인투자법 2차 심의 일정을 서둘러 잡은 데 대해 외국 기업들이 의견 제시 기회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