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셧다운은 17일(현지시간) 역대 최장인 27일째 이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셧다운이 경제성장률을 매주 0.13%포인트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추산에 따르면 셧다운이 4주째를 맞은 지금까지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셧다운이 한 달 이상 더 지속된다면 성장률은 1%포인트 넘게 하락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2.2%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대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셧다운이 경제에 주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이 1분기 내내 지속되면 미국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셧다운으로 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되면서 경제지표도 제때 나오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6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증가율 지표가 나오지 않았다. 오는 30일까지 셧다운이 이어지면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도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셧다운의 원인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강 대 강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29일 예정돼 있는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연설 내용을 의회에 서면으로 전해달라고 요구했다.

표면적 이유는 비밀경호국과 국토안보부가 셧다운으로 업무 차질을 빚고 있어 대통령 경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펠로시 의장의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시간대 TV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