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직장인들이 퇴근 뒤 편의점을 찾는 시간대가 한 시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나서면서 편의점 피크타임도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GS25가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도입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매출을 살펴본 결과 오후 5~7시 편의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30~40대 소비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이 밀집한 오피스 상권에서는 17.8%, 다른 상권은 10.2% 증가해 상대적으로 직장인 소비자 증가율이 높았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이전 편의점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시간대가 오후 6~8시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시간가량 피크타임이 앞당겨졌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잘 팔리는 상품도 바뀌었다. 도시락, 김밥, 샐러드 등 간편식품류 매출이 21.8% 늘었다. 오피스 상권 내 점포만 놓고 보면 28.3%로 증가폭이 더 크다. GS25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시행된 뒤 직장인들이 편의점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자기계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주류 소비 트렌드도 변했다. 오피스 상권 내 점포의 맥주·소주 매출은 1.8% 증가한 데 비해 주거 상권에서는 10.4% 뛰었다. 수입맥주 매출은 전체적으로 20.4% 증가한 반면 독한 술로 여겨지는 양주 매출은 2.7% 줄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되면서 상권 및 주종별로 소비 형태가 바뀌고, 퇴근시간이 앞당겨지며 ‘홈파티’와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GS25는 이번 분석을 통해 가맹점에 상권별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GS25는 이미 전국 1만3000여 개 점포를 인기 상품, 연령대별 이용객 등 자체 기준에 기반해 12개 상권으로 분류, 가맹점 컨설팅에 활용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각 상권에 맞는 영업 전략을 세우겠다”며 “점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보다 나은 영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