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건축설계는 거대한 수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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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외국인 설계비는 건축비 10% 이상인데
국내 건축사는 최저가에 한숨만 내쉴 뿐
창의적 지식산업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김광현 < 서울대 명예교수·건축학 >
국내 건축사는 최저가에 한숨만 내쉴 뿐
창의적 지식산업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김광현 < 서울대 명예교수·건축학 >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사무소 HdM의 듀오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 등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은 구조ㆍ전기ㆍ설비 등 관련 전문 분야를 제외한 설계비로 공사비의 10% 이상 받는다. 대략 공사비의 15%다. 우리나라 건축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상상 속의 신화적 설계비다.
한국 건축가들은 상상도 못할 신화적인 설계비 규모다.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모든 건축 전문인의 현실과 미래를 비교해 보게 된다. 같은 나라 안에 지어지는 건물인데 부당하게 적은 설계비를 받고도 훌륭한 건축물을 설계하려고 애쓰는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건축 설계비는 백화점에 진열된 물건처럼 정가로 나타낼 수 없다.
건축 설계는 거대한 수제품이다. 짓는 건축물의 면적이 같더라도 가치가 낮은 설계라면 설계비를 적게 줘도 되지만, 가치가 높은 건물 설계에는 그만큼 많은 설계비를 줘야 마땅하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건축 설계비의 함정이다. 한쪽에는 일이 없어 비싼 지식과 경험을 싸게라도 팔 수밖에 없는 현실의 절박함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런 약점을 이용해 좋은 설계를 어떻게든 싼값으로 얻으려는 이들이 있다.
건축 설계는 화가처럼 혼자 그리는 예술활동이 아니다. 건축 설계는 수많은 사람의 기술과 사고와 노력으로, 그것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수행할 수 있는 지적 용역산업이다. 건축 설계비의 절반이 인건비인 까닭이다. 더구나 건축 설계비는 건축사에게만 주는 대가가 아니다. 건축사를 통해 구조·기계·전기·토목·조경·방재 등 건축산업 전반의 기술사에게 지급하는 대가다. 따라서 건축 설계비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는 것은 지식산업에 지식을 제공한 데 대한 정당한 대가를 부당하게 빼앗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싼값에 수주하는 것은 그 정당한 가치를 외면해 버리는 것이다.
건축은 비움의 예술이요, 문화요, 미학이요, 인문학이라고 아무리 그럴듯하게 얘기해도 소용없다. 건축의 모든 가치와 목적이 건축 설계비에 수렴하지 않는 이상, 이 모든 표현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오래 전부터 건축 설계산업은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크다고, 고급 인력의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나 된다고, 설계비는 공공의 안전과 부실 설계를 방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계속 지적해 왔다. 그러나 개선되는 것은 없고 자꾸 나빠지기만 한다. 국가는 관행이라며 대가 기준에 따라 책정된 설계비를 80% 수준에서 낙찰하게 하고, 200억원 이상의 공공기관 사업은 법이 정한 설계비의 절반만 지급한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은 최저가 낙찰의 근거가 되고, 많은 건축사가 교묘하게 이에 동조하는 형편이다. 민간건축 설계비는 공공건축 설계비의 30% 정도이며 그마저도 부르는 게 값이 된 지 오래다. 모두가 나서서 값싼 건축 설계비를 강요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축 설계비를 모두 똑같이 받으면 담합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건축사 각자가 자신의 설계비를 공개하고 지켜야 한다. 이·미용원도, 작은 분식점도 각자 음식값을 게시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자기가 받아야 할 설계비는 어떻게 계산하고 단계별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공개하는 건축사 사무소를 본 적이 없다. 공사비 요율 방식보다 실비 정액가산 방식으로 책정하겠다든지, 설계와 감리를 상담에서 시작해 준공에 이르기까지 진행 단계마다 어떤 결과물을 제시하고 협력업체에는 대금을 어떻게 지급하는지, 설계와 감리비는 언제 어떻게 받는지, 사후에는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 공개하자.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저렴한 설계비로 최소의 기본 도면만을 제공하겠다고 공개하자. 건축사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인 직능인이다. 그렇다면 건축사는 자신의 건축 설계비를 ‘공언(profess)’하고 지킬 책임이 있다. 그러니 올해는 시장의 일이라고 방치해 두지 말고 건축사 스스로 나설 일이다. 건축사 자격을 주는 국토교통부는 각 건축사 사무소가 스스로 받기로 한 설계비를 게시하고 지키도록 행정적으로 규정해 건강한 건축계가 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렇게 해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건축사와 기술사들의 창의적인 건축 설계가 터무니없는 값에 팔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 건축가들은 상상도 못할 신화적인 설계비 규모다.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모든 건축 전문인의 현실과 미래를 비교해 보게 된다. 같은 나라 안에 지어지는 건물인데 부당하게 적은 설계비를 받고도 훌륭한 건축물을 설계하려고 애쓰는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건축 설계비는 백화점에 진열된 물건처럼 정가로 나타낼 수 없다.
건축 설계는 거대한 수제품이다. 짓는 건축물의 면적이 같더라도 가치가 낮은 설계라면 설계비를 적게 줘도 되지만, 가치가 높은 건물 설계에는 그만큼 많은 설계비를 줘야 마땅하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건축 설계비의 함정이다. 한쪽에는 일이 없어 비싼 지식과 경험을 싸게라도 팔 수밖에 없는 현실의 절박함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런 약점을 이용해 좋은 설계를 어떻게든 싼값으로 얻으려는 이들이 있다.
건축 설계는 화가처럼 혼자 그리는 예술활동이 아니다. 건축 설계는 수많은 사람의 기술과 사고와 노력으로, 그것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수행할 수 있는 지적 용역산업이다. 건축 설계비의 절반이 인건비인 까닭이다. 더구나 건축 설계비는 건축사에게만 주는 대가가 아니다. 건축사를 통해 구조·기계·전기·토목·조경·방재 등 건축산업 전반의 기술사에게 지급하는 대가다. 따라서 건축 설계비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는 것은 지식산업에 지식을 제공한 데 대한 정당한 대가를 부당하게 빼앗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싼값에 수주하는 것은 그 정당한 가치를 외면해 버리는 것이다.
건축은 비움의 예술이요, 문화요, 미학이요, 인문학이라고 아무리 그럴듯하게 얘기해도 소용없다. 건축의 모든 가치와 목적이 건축 설계비에 수렴하지 않는 이상, 이 모든 표현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오래 전부터 건축 설계산업은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크다고, 고급 인력의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나 된다고, 설계비는 공공의 안전과 부실 설계를 방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계속 지적해 왔다. 그러나 개선되는 것은 없고 자꾸 나빠지기만 한다. 국가는 관행이라며 대가 기준에 따라 책정된 설계비를 80% 수준에서 낙찰하게 하고, 200억원 이상의 공공기관 사업은 법이 정한 설계비의 절반만 지급한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은 최저가 낙찰의 근거가 되고, 많은 건축사가 교묘하게 이에 동조하는 형편이다. 민간건축 설계비는 공공건축 설계비의 30% 정도이며 그마저도 부르는 게 값이 된 지 오래다. 모두가 나서서 값싼 건축 설계비를 강요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축 설계비를 모두 똑같이 받으면 담합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건축사 각자가 자신의 설계비를 공개하고 지켜야 한다. 이·미용원도, 작은 분식점도 각자 음식값을 게시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자기가 받아야 할 설계비는 어떻게 계산하고 단계별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공개하는 건축사 사무소를 본 적이 없다. 공사비 요율 방식보다 실비 정액가산 방식으로 책정하겠다든지, 설계와 감리를 상담에서 시작해 준공에 이르기까지 진행 단계마다 어떤 결과물을 제시하고 협력업체에는 대금을 어떻게 지급하는지, 설계와 감리비는 언제 어떻게 받는지, 사후에는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 공개하자.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저렴한 설계비로 최소의 기본 도면만을 제공하겠다고 공개하자. 건축사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인 직능인이다. 그렇다면 건축사는 자신의 건축 설계비를 ‘공언(profess)’하고 지킬 책임이 있다. 그러니 올해는 시장의 일이라고 방치해 두지 말고 건축사 스스로 나설 일이다. 건축사 자격을 주는 국토교통부는 각 건축사 사무소가 스스로 받기로 한 설계비를 게시하고 지키도록 행정적으로 규정해 건강한 건축계가 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렇게 해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건축사와 기술사들의 창의적인 건축 설계가 터무니없는 값에 팔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