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지구 규제가 폐지되면서 건물 층수 규제가 4층에서 6층으로 완화될 예정인 서울 압구정로 일대.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미관지구 규제가 폐지되면서 건물 층수 규제가 4층에서 6층으로 완화될 예정인 서울 압구정로 일대.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시의 대표적인 토지이용규제인 ‘미관지구’가 53년 만에 폐지된다. 미관지구란 도시 이미지 및 조망 확보에 핵심적인 지역, 문화적 가치가 큰 건축물 등에 접한 간선도로변 양측 건물 등의 층수·용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시내 336곳에 지정된 미관지구가 폐지되면 강남구 압구정로 등 일부 지역의 층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기존 중소형 빌딩을 재건축하는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종로와 을지로, 성수동 등에선 인쇄업체와 전자제품 조립업체, 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돼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단위계획 용도지역 등으로 중복 규제를 받고 있어 미관지구 폐지 효과는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경제 활성화 기대”

개발 막혔던 미관지구 53년 만에 폐지…압구정路 층수제한 완화된다
17일 서울시는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미관지구 폐지를 골자로 하는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안’을 주민에게 공고하고 관계 부서 의견을 청취한다고 발표했다. 시 의회 의견 청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올해 4월 최종 고시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에 미관지구로 지정된 곳은 모두 336곳이다. 서울 시가지 면적의 5.75%인 21.35㎢에 달한다. 중심지미관지구, 역사문화미관지구, 조망가로미관지구, 일반미관지구 네 가지로 나뉜다. 강남구청 주변과 종로구 광화문 등이 중심지미관지구에 해당한다. 종로구 사직동과 송파구 암사동 풍납동 등의 일부 구간은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 등의 일부 지역은 조망가로미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지정 목적이 모호해지거나 실효성을 상실해 불합리한 토지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미관지구가 폐지되는 지역에선 미관지구 지정에 따른 층수 제한이 사라진다. 그러나 용도지역 용도지구 지구단위계획 등에 따른 층수 제한은 여전히 받는다. 또 그동안 불가능했던 컴퓨터 관련 제품 조립업체, 인쇄업체, 창고 등의 입지로도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관지구 안에서 건축물을 지을 때 자동차 관련시설, 창고 등 일부 용도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런 제한이 사라지면 종로와 을지로, 성수동 등의 상업지역과 준공업지역에 지식산업센터와 인쇄업체, 전자제품 조립업체 등을 건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문화미관지구와 조망가로미관지구는 각각 4층, 6층 이하의 층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런 지역도 미관지구 폐지로 인해 높이 규제가 한층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미관지구 336곳 중 특화경관이나 높이 관리가 꼭 필요한 23곳은 ‘경관지구’로 전환해 계속 규제할 방침이다. 강북구 삼양로 등 해당 지역들은 6층 이하의 층수 제한, 건축물 용도 제한을 적용받는다.

상권 좋은 곳만 수혜 입을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미관지구 폐지 지역에서 재건축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층수 규제가 완화되면 신축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압구정로(한남IC~청담사거리)를 꼽았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압구정로는 역사문화미관지구에서 시가지경관지구로 변경되면서 층수 규제가 4층에서 6층으로 완화돼 주변 건물들의 잠재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며 “기존 빌딩을 재건축해 층수를 높이면 이전보다 호가가 일부 오르거나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층수 규제가 일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입지에 따라 수혜를 받지 못하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미관지구가 폐지된다 해도 상권 입지가 중요하다”며 “상권이 약한 곳에서 섣불리 재건축을 했다가는 공실 부담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미관지구 폐지가 국지적인 호재에 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중소형 빌딩 중개업체 원빌딩의 김주환 전무는 “미관지구 심의 자체가 예전부터 까다롭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층수를 일부 높인다고 해서 유동인구 증가 등 상권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문화미관지구와 조망가로미관지구의 경우 폐지된다 해도 다른 용도지역,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중복 규제를 받고 있어 저층 건물이 고층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일부 지역에서 상가와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관지구

도시 이미지와 조망 확보 등 도시 미관을 보호하기 위해 용도지구를 지정하고 일대 간선도로변 양측 건물의 층수와 용도를 제한하는 제도.

최진석/선한결/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