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 세계 1위로…반도체 이을 신성장동력 육성
선박·열차·건설기계·드론에까지 수소에너지 적용
전국에 수소 파이프라인…연료전지도 '글로벌 톱'
6년 후 수소차값, 절반 이하로
시판되는 수소승용차 가격은 대당 7000만원 선이다. 작년까지 총 1800대 생산·판매됐다. 다만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은 3000만원대 후반이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10만 대의 수소차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2025년에는 제조원가가 현재의 절반 정도인 3000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조금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소비자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출고 대기 시간은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지금은 수소차를 인도받으려면 최장 1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수소승용차를 2022년 7만9000대, 2030년 172만 대, 2040년 590만 대(각 누적 기준) 생산하기로 했다. 2040년에는 수출용을 뺀 내수용만 275만 대 보급한다는 목표다. 작년 서울시와 세종시 전체의 승용차 대수와 맞먹는 규모다. 별도로 수소택시 12만 대, 수소트럭 12만 대, 수소버스 6만 대를 같은 해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수소차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2022년까지 100%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2017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인 2조달러 중 10%만 수소차로 전환해도 반도체(4190억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수소에너지를 선박과 열차, 지게차, 굴삭기, 드론에까지 적용해 미래 유망 품목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및 실증 과정을 거쳐 수소선박은 2027년, 수소열차는 2030년부터 상용화한다. 수소드론의 경우 이미 주요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2020년 이후 연 100대씩 생산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수소 연료전지도 세계 1위로
수소차 확대의 관건은 충전 인프라다. 정부는 전국에 14곳뿐인 수소충전소를 연내 86곳, 2022년까지 31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 핵심 지역을 포함해서다. 2040년엔 1200곳으로 대폭 늘린다. 현재 전국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1949곳) 대비 62% 수준이 된다. 수소충전소를 짓는 데 약 30억원씩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운영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수소 저장 방식은 지금의 저용량·기체에서 고용량·액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한편 전국에 수소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수소 연료전지 분야도 ‘글로벌 1위’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보급 용량이 0.3GW에 그치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를 2040년 15GW(수출 7GW 포함)까지 대폭 확대한다. 가정 및 건물용 연료전지도 2040년까지 총 94만 가구(2.1GW)에 보급하기로 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수소는 공기 중 수분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력만 갖춰지면 쉽게 생산할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소규모 설치가 가능한 수소 연료전지는 세계적 추세인 친환경 분산형 발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수소차 및 충전소가 수소폭탄처럼 폭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다른 연료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에 따르면 자연발화 온도, 독성, 불꽃 온도 등을 평가한 수소의 종합 위험도는 1.0으로, 휘발유(1.44) LPG(1.22) 도시가스(1.03)보다 낮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차 연료는 수소폭탄에 쓰이는 중수소, 삼중수소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수소차 저장용기 역시 에펠탑 무게(7300t)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조재길/서민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