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못 믿겠다" 불신 팽배
자살 노인, 4년간 소송 다툼
대법까지 갔으나 패소…극단 선택
김명수에 화염병 던진 피의자도 "정당한 재판 못 받았다" 항변
법조계 "사회적 갈등 문제…법원 밖서 해결 풍토 확산 우려"
줄잇는 최고 재판소 ‘불상사’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최모씨(81)가 이날 오전 7시15분쯤 대법원 청사 서관 비상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전날 오후 2시30분쯤 출입증을 받아 법원도서관 열람실을 이용했으나 업무시간이 끝나고도 청사를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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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엔 민사소송에서 졌다는 이유로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민원인이 김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화염병 테러’의 피의자는 이날 법정에서 “대법원에서 정당한 재판을 해 줄 것으로 믿고 상고했으나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며 “합법적 수단으로는 소송 행위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에는 KTX 해고 승무원들이 대법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다 대법정에 기습적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악다구니로 갈등 해결 우려
재판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는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법원 재판 결과에 대한 진정과 청원 건수는 지난해(1~10월) 3875건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는 4000건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에는 1476건이었으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2017년 3644건으로 폭증한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법조계에서는 갈등을 법원 밖에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재판에 승복하지 않고 사법제도를 불신하는 풍조가 만연하게 되면 사회적 갈등을 폭력이나 악다구니 등으로 해결하려 들 것”이라며 “(법원은) 공동체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온 것에 대한 책임은 결국 법원에 있다”며 “국민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 등을 보면서 법원 판결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자기만 바보라고 생각할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대법원 자살 사건에 대해 사법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정당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사법부가 오만한 법관을 징계하는 것부터 시작해 상고심 시스템을 개선하고, 독립적인 재판이 가능하도록 전폭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이인혁/이수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