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불러놓고 자리 뜬 교육차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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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제가 이럴까봐 공청회에 안 오려고 했던 겁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이준배 아이빌트 세종 대표는 토론하던 중 토론회장 맨 앞줄 주최 측 자리 일부가 비어 있는 걸 보고 이같이 말했다. 공고 출신으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그는 “정작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인사만 하고 가고, 여기에서 우리끼리 얼굴을 붉히며 얘기하는 게 맞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공청회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안 보완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2017년 11월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 고(故) 이민호 군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지난해 현장실습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 직전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인 이상영 씨가 행사장에 찾아와 발언하면서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이씨는 “제주도에서 지난해 한 공청회와 오늘 공청회 내용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교육부는 선도기업, 우수기업에 한해 현장실습을 보내겠다지만 사고가 난 곳도 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아픔을 다른 부모들이 겪는 게 싫어서 나온 것”이라며 “제발 이런 공청회는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으면 그때 해달라”고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일부에서 “특성화고 3학년이 졸업 전 현장실습하면서 조기에 취업하는 걸 금지하자 취업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하자 “어디까지나 학생 신분인 만큼 안전대책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박 차관은 공청회 시작 1시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조 의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의원실과 교육부 측은 “예정된 행사가 있어 불가피하게 자리를 떠나야 했다”며 “국·과장 등 실무자는 자리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 대표는 “한 사람이 산업체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까 조심스러워 여기 오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저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건, 법을 만들고 대책을 강구해야 될 분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당사자인 고용노동부나 중소벤처기업부도 이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koo@hankyung.com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이준배 아이빌트 세종 대표는 토론하던 중 토론회장 맨 앞줄 주최 측 자리 일부가 비어 있는 걸 보고 이같이 말했다. 공고 출신으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그는 “정작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인사만 하고 가고, 여기에서 우리끼리 얼굴을 붉히며 얘기하는 게 맞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공청회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안 보완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2017년 11월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 고(故) 이민호 군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지난해 현장실습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 직전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인 이상영 씨가 행사장에 찾아와 발언하면서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이씨는 “제주도에서 지난해 한 공청회와 오늘 공청회 내용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교육부는 선도기업, 우수기업에 한해 현장실습을 보내겠다지만 사고가 난 곳도 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아픔을 다른 부모들이 겪는 게 싫어서 나온 것”이라며 “제발 이런 공청회는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으면 그때 해달라”고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일부에서 “특성화고 3학년이 졸업 전 현장실습하면서 조기에 취업하는 걸 금지하자 취업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하자 “어디까지나 학생 신분인 만큼 안전대책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박 차관은 공청회 시작 1시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조 의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의원실과 교육부 측은 “예정된 행사가 있어 불가피하게 자리를 떠나야 했다”며 “국·과장 등 실무자는 자리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 대표는 “한 사람이 산업체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까 조심스러워 여기 오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저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건, 법을 만들고 대책을 강구해야 될 분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당사자인 고용노동부나 중소벤처기업부도 이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