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조기총선 개최·메이 총리 사퇴 가능성 사라져
EU와의 미래관계 놓고 의견 제각각…'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 커
'진짜 하나? 취소?'…브렉시트 둘러싼 궁금증 일문일답
'영국 의정 사상 정부 입법안 사상 최대 표차 패배', '24년만의 정부 불신임 투표'.
오는 3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Breix)를 불과 70여일가량 앞두고 영국 정가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기록적인 표차로 패배한 다음날 정부 불신임안 역시 의회의 벽에 가로막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집권 보수당은 물론 야당 대표들과의 논의를 통해 의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합의를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과연 브렉시트를 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어떤 브렉시트를 할지, 아니면 아예 이를 연기하거나 취소할지 등 영국의 향후 행보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는 평가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7일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정가의 움직임과 향후 시나리오 등과 관련한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브렉시트 이전 조기총선 개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크지는 않다.

조기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메이 총리가 이를 요청하거나, 정부 불신임투표에서 패배해야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지금 총선이 열릴 경우 의회 의석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메이 총리가 이를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메이 총리가 당내 분열을 봉합할 수 있는 브렉시트 공약을 내놓는 것도 어렵다.

야당의 정부 불신임은 이미 지난 16일 한 차례 부결됐다.

불신임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수당과 사실상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만약 이들이 반대하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가 통과시키거나,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시점 연기 내지 취소가 발생한다면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정부 불신임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
'진짜 하나? 취소?'…브렉시트 둘러싼 궁금증 일문일답
◇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입장을 바꿔 이를 지지한다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찬성이 의회 과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노동당 평의원 중 70명 이상이 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노동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를 찬성하는 이들이 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등 다른 주요 야당들도 제2 국민투표 실시에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제2 국민투표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저버리는 것일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이들도 많다.

메이 총리는 제2 국민투표 개최에 반대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 메이 총리 합의안
이미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만큼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으로 이뤄졌다.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고,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았다.

EU 탈퇴협정 중에서는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가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민주연합당(DUP)이 반발하고 있다.

'미래관계 정치선언'과 관련해서도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

우선 EU와 어떤 미래관계를 구축할지에 대한 시각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EU-노르웨이 간 체결한 유럽경제지역(EEA) 모델, EU-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 모델 등 정당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정당 내에서도 통일된 입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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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 총리 사퇴
메이 총리는 지난달 집권 보수당의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서 1년 동안은 불신임 위협을 받지 않게 됐다.

이어 지난 16일 정부 불신임 위기도 넘겼다.

만약 내각 내 다수가 사퇴 압박을 가한다면 메이 총리가 사퇴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내각 내에 메이 총리의 '충성파'가 많지는 않지만 메이 총리의 뚜렷한 대체자도 없기 때문이다.

보수당 대표를 원하는 이들은 있지만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이 정리돼야만 이를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다.

◇ 브렉시트 관련 노동당 입장은
노동당은 당초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조기총선을 개최해 정권을 잡고 이후 자신들이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노동당은 그동안 전략적으로 브렉시트와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가 결정된 만큼 이를 반대할 수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찬성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정부 불신임안 부결로 이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역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은 친 유럽 성향의 당 지지기반 약화를 피하기 위해 EU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나 노르웨이 모델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제2 국민투표 역시 선택지 중 하나로 놓여 있다.

◇ 브렉시트 연기 또는 취소
메이 총리는 2017년 3월 29일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공식 통보일로부터 2년간 탈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만약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만약 영국이 요청하고 EU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면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

EU는 이미 '노 딜'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영국이 요청할 경우 이를 받아주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영국은 일방적으로 브렉시트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

앞서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회원국은 EU에서 탈퇴하려는 의도를 통보한 것을 일방적으로 번복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ECJ는 다만 이같은 영국의 의사는 명백하며 무조건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해 이를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진짜 하나? 취소?'…브렉시트 둘러싼 궁금증 일문일답
◇ '노 딜' 발생시 경제 충격
영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따른 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어떤 형태의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영국 경제의 손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 이민 제한, 새로운 무역 장벽 등을 포함해 양측의 브렉시트 합의안과 가장 근접한 형태의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15년 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EU 잔류 시에 비해 3.9% 작을 것으로 전망됐다.

만약 영국 경제가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슷한 FTA를 EU와 체결할 경우 GDP 감소 규모는 6.7%, '노 딜' 시에는 9.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별도 보고서에서 영국이 3월 29일 별도 전환(이행) 기간 없이 무질서한 브렉시트를 단행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브렉시트 직후 GDP는 8% 감소하고 주택 가격은 30%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5% 하락하고, 실업률은 7.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합의안 외 의회 과반 확보 가능 대안은
EU 탈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소프트 브렉시트'가 의회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

다만 기존의 당을 넘어서 이들이 어떻게 연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정당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로 보수당과 노동당 내부의 분열이 드러난 만큼 영국 정당 체제의 재편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지금 당장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