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조끼 집회는 프랑스의 노조중심 투쟁방식 한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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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강력한 노조들, 노란조끼 국면에서 전혀 목소리 못내
정부도 노조에 협상·시간끌기 전술 일관하다 '노란 조끼'에 속수무책
정부 대(對) 노조 공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전혀 새로운 형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취임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노란 조끼' 집회가 프랑스의 강력한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대정부 투쟁방식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의 총파업과 장외집회에 직면해 '시간 끌기' 전술에만 의존해오던 프랑스 정부가 전혀 새로운 형태로 표출되는 사회적 분노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사회적 중재 기구를 육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개월째 뚜렷한 조직 없이 다양한 계층과 집단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집회에서 프랑스 노조들은 거의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주변 세력에 머물고 있다.
유류세 인하 등 서민경제 개선 요구로 촉발된 '노란 조끼' 운동은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마크롱 퇴진 등의 요구로 옮겨붙으면서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이 운동은 기존에 프랑스의 주된 대립 구도였던 정부 대(對) 노조의 공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전혀 새로운 형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사회정책 보좌관이었던 레몽 수비는 지난 14일 자 일간 르 몽드 인터뷰에서 "노조의 전통적 방식의 투쟁에 직면했을 때, 그것이 매우 강력했을지라도 정부는 대처법을 알았지만, 지금 정부는 정체를 모르는 새로운 세력에 직면했다"면서 노란 조끼를 "사회적인 미확인비행물체(UFO)"라 명명했다.
노란 조끼의 참가자들은 노동자나 학생처럼 단일 집단으로 한정되지 않으며, 자영업자, 임금근로자, 중소기업 대표, 농민, 실업자, 은퇴자 등으로 다양하다.
대부분은 총파업이나 장외집회에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서민들로, 노조와도 직접적 관련이 없다.
유류세 인상 철회,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양보를 끌어낸 '노란 조끼'의 파괴력은 프랑스 노조들, 특히 강성으로 평가되는 노동총동맹(CGT)의 날로 약해져 가는 조직력과 크게 대비된다.
이는 파업으로 생업을 중단시키고 장외집회로 노동자와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프랑스 노조들의 전략이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엑스-마르세유대학의 장밥티스트 지로 연구원은 르 몽드 인터뷰에서 "파업 투쟁은 보통 구조조정이나 임금 문제로 조직되기 마련인데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노조가 상명하달식으로 파업을 독려하고 조합원을 결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의 효용은 노조가 아주 잘 조직된 곳에서조차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작년 프랑스 국철(SNCF) 노조가 국철 효율화 방안에 맞서 석 달에 걸친 총파업과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채 패배한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무(無)임금을 각오하고서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서는 총파업 대신, 노란 조끼 연속집회처럼 토요일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이는 방식이 참여 유인이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1995년 이후 노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쟁이 정부의 양보를 끌어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은퇴연령을 올렸을 때도 노조들의 장외투쟁 독려에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6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주 35시간 노동제를 대수술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때에도 노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탈(脫) 노조를 특징으로 한 투쟁방식의 변화는 프랑스 정부의 대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사회적 저항에 직면했을 때 노조와 협상에 응하면서도 시간을 끄는 전략을 취해왔다.
파업이 길어지면 임금이 끊긴 노동자들이 동요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노란 조끼' 시위는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신년 들어 다시 강력해지고 있다.
노란 조끼는 노조처럼 가시적인 조직도, 눈에 띄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지도자도 없는 전혀 새로운 집합체로, 이런 상황에서 누구와 협상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프랑스 정부는 상대방을 찾지 못하고 크게 당황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차례 양보책을 제시했음에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자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적 대토론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으나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정부가 지금처럼 노란 조끼 집회에 크게 당황하는 것은 그동안 노조 중심의 대정부 투쟁 대처에만 치중하고 사회적 대화의 틀을 육성하지 않은 탓이라는 비판도 있다.
엑스-마르세유대학 지로 연구원은 "정부의 사회적 갈등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은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면서 "사회적 중재의 틀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금 정부가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부도 노조에 협상·시간끌기 전술 일관하다 '노란 조끼'에 속수무책
정부 대(對) 노조 공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전혀 새로운 형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취임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노란 조끼' 집회가 프랑스의 강력한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대정부 투쟁방식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의 총파업과 장외집회에 직면해 '시간 끌기' 전술에만 의존해오던 프랑스 정부가 전혀 새로운 형태로 표출되는 사회적 분노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사회적 중재 기구를 육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개월째 뚜렷한 조직 없이 다양한 계층과 집단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집회에서 프랑스 노조들은 거의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주변 세력에 머물고 있다.
유류세 인하 등 서민경제 개선 요구로 촉발된 '노란 조끼' 운동은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마크롱 퇴진 등의 요구로 옮겨붙으면서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이 운동은 기존에 프랑스의 주된 대립 구도였던 정부 대(對) 노조의 공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전혀 새로운 형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사회정책 보좌관이었던 레몽 수비는 지난 14일 자 일간 르 몽드 인터뷰에서 "노조의 전통적 방식의 투쟁에 직면했을 때, 그것이 매우 강력했을지라도 정부는 대처법을 알았지만, 지금 정부는 정체를 모르는 새로운 세력에 직면했다"면서 노란 조끼를 "사회적인 미확인비행물체(UFO)"라 명명했다.
노란 조끼의 참가자들은 노동자나 학생처럼 단일 집단으로 한정되지 않으며, 자영업자, 임금근로자, 중소기업 대표, 농민, 실업자, 은퇴자 등으로 다양하다.
대부분은 총파업이나 장외집회에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서민들로, 노조와도 직접적 관련이 없다.
유류세 인상 철회,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양보를 끌어낸 '노란 조끼'의 파괴력은 프랑스 노조들, 특히 강성으로 평가되는 노동총동맹(CGT)의 날로 약해져 가는 조직력과 크게 대비된다.
이는 파업으로 생업을 중단시키고 장외집회로 노동자와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프랑스 노조들의 전략이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엑스-마르세유대학의 장밥티스트 지로 연구원은 르 몽드 인터뷰에서 "파업 투쟁은 보통 구조조정이나 임금 문제로 조직되기 마련인데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노조가 상명하달식으로 파업을 독려하고 조합원을 결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의 효용은 노조가 아주 잘 조직된 곳에서조차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작년 프랑스 국철(SNCF) 노조가 국철 효율화 방안에 맞서 석 달에 걸친 총파업과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채 패배한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무(無)임금을 각오하고서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서는 총파업 대신, 노란 조끼 연속집회처럼 토요일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이는 방식이 참여 유인이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1995년 이후 노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쟁이 정부의 양보를 끌어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은퇴연령을 올렸을 때도 노조들의 장외투쟁 독려에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6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주 35시간 노동제를 대수술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때에도 노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탈(脫) 노조를 특징으로 한 투쟁방식의 변화는 프랑스 정부의 대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사회적 저항에 직면했을 때 노조와 협상에 응하면서도 시간을 끄는 전략을 취해왔다.
파업이 길어지면 임금이 끊긴 노동자들이 동요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노란 조끼' 시위는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신년 들어 다시 강력해지고 있다.
노란 조끼는 노조처럼 가시적인 조직도, 눈에 띄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지도자도 없는 전혀 새로운 집합체로, 이런 상황에서 누구와 협상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프랑스 정부는 상대방을 찾지 못하고 크게 당황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차례 양보책을 제시했음에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자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적 대토론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으나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정부가 지금처럼 노란 조끼 집회에 크게 당황하는 것은 그동안 노조 중심의 대정부 투쟁 대처에만 치중하고 사회적 대화의 틀을 육성하지 않은 탓이라는 비판도 있다.
엑스-마르세유대학 지로 연구원은 "정부의 사회적 갈등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은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면서 "사회적 중재의 틀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금 정부가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