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형의 호텔, 공유호텔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지나고 호텔업계도 새로운 2019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호캉스 특수 등을 통해 과년보다 실적이 개선되는 호재도 있었던 반면, 특급호텔의 위생문제, 주 52시간 근무제에 도입에 따른 운영방식의 변화 등 인력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호텔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도 직면한 바 있다.

이런 이슈 외에 개인적으로 호텔 건축설계와 관련하여 더욱 관심이 갔던 부분은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로 인해 발생된 호텔 유형의 다변화였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부대시설을 축소하고 객실의 숫자를 극대화한 이른바 비즈니스호텔로 넘쳐나던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해외 고객군의 다양화 및 내국인까지 타겟으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 호텔(Life Style Hotel), 부티크 호텔(Boutique Hotel)의 등장은 한국 호텔시장이 비로소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되는 해였다고 볼 수 있다.

호텔의 체질 변화와 관련하여 더욱 눈길이 갔던 것은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 주민들이 각자의 사업장과 집을 ‘마을호텔’로 변신시킨다는 기사였다. 인구 200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이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 것은 강원랜드 카지노로 인해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상가가 쇠퇴하고 인구가 감소되며 카지노의 변두리로 전락해버린 동네를 되살리고자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모은 결과였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변화시키며 마을회관은 호텔의 로비가 되고 민박집은 객실, 식당은 레스토랑으로 변신하여 마을전체가 호텔이 되는 것이었다.

높이 서 있는 호텔이 아닌 길거리에 펼쳐져 누워 있는 마을호텔의 개념은 최근 지역사회와의 강한 연결고리를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열려있고 로컬 문화를 공용부로 적극 도입하는 라이프 스타일 호텔(Life Style Hotel)의 틀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개념이었다.

이러한 2018년 호텔 유형의 다변화는 건축가에게 기회의 장이자 좀 더 본질적인 호텔의 미래상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차, 호텔페어(Hotel Fair) 측으로부터 2019 전시회에 LG하우시스와 콜라보로 디자인 쇼룸(Design Show Room) 설계 의뢰를 받게됐다.
2019 Hotel Fair - 디자인쇼룸
2019 Hotel Fair - 디자인쇼룸
호텔페어는 호텔·리조트 등 숙박산업의 발전과 시장변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국내 대표적인 호텔산업 박람회다. 전시장 중앙에 별도 부스로 설치되는 디자인 쇼룸은 호텔 관련 산업체들의 제품과 솔루션을 직접 배치하여 호텔의 트랜드를 제시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메인 컨셉공간이다.

가로 15.5M, 세로 12.0M의 공간에 기존까지는 객실 위주로 트랜드한 인테리어 디자인 제안이 이루어졌었다면, 이번에는 호텔의 개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로비, 라운지 등의 공용공간이 더해지면 조금 더 재미있는 개념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Hotel Fair에는 약 250개 호텔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고 3일간의 행사기간 동안 6,500~7,000명의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관람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이 전체 전시장이 하나의 커다란 마을이라고 상상을 하고 이 마을에 필요한 장소들을 모은 곳이 디자인 쇼룸이라고 정의하였다.

디자인 쇼룸 한가운데 4.5M의 높이로 서 있는 Reception은 전시장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사람들에게 방향성을 인지시키는 오브제인 동시에 다양한 정보와 라운지의 바 카운터 역할을 하게 된다. 계단식으로 디자인된 Pop-Up Stage에서는 평상시에는 전시장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의 휴게공간인 동시에 일정한 시간 동안에는 오픈 세미나가 열리는 공간이다. Guest Room 역시 가능한 범위에서 벽체를 없애고 또 하나의 눕고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쉴 수 있으며 피곤하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마을의 중심공간, 이곳의 이름은 공유호텔 : WEPLACE다. 기존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을 타겟으로 하였던 지금까지의 관광호텔이 각 공간의 기능 및 디자인에 집중하였다면, 지역의 거점으로 만들어지는 공유호텔은 지역민들 삶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호텔에 스며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닫혀있는 호텔 공간구조에서 조금 더 열린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공유호텔 : WEPLACE 개념 다이어그램
공유호텔 : WEPLACE 개념 다이어그램
공유호텔 : WEPLACE는 금번 2019 Hotel Fair 디자인 쇼룸의 일회성 컨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진행할 신규 호텔 건축설계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될 것이다. 앞으로의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공유호텔’ 이라는 개념이 좀 더 구체화되고 다른 산업에서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에 비하여 더딘 호텔산업 변화에 하나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효상 / 호텔그룹 분야 / 간삼건축 이사
▲이효상 / 호텔그룹 분야 / 간삼건축 이사
호텔 설계 분야 전문가로 다양한 칼럼 및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작으로 Aloft Hotel Gangnam, Sheraton Hotel Ilsan, Courtyard Seoul Botanic Park, 용산 캐피탈호텔 리뉴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