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사법연수원 2기)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사법사상 처음으로 법원이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심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운명은 친정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의 25년가량 후배 판사가 결정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8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재판부 배당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 관계자는 “영장전담판사들과의 연고관계 등을 고려해 내부 협의를 거쳐 21일께 재판부를 배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22~23일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고 구속 여부는 당일 밤늦게 또는 자정을 넘겨 결정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는 명재권(27기)·임민성(28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중 한 명이 맡게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판사는 모두 5명이며 이 가운데 무작위로 전산배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박범석(26기)·이언학(27기)·허경호(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했거나 관련 피의자의 배석판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명 부장판사와 임 부장판사는 둘 다 지난해 9~10월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 대한 법원의 ‘영장 줄기각’ 논란이 불거지자 새롭게 영장전담부에 투입된 판사들이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실무자로 거론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시켰다.

검사 출신인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두 부장판사는 각각 지난해 12월 고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아 “범죄의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어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사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시키게 된다. 기각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40여 개로 260여쪽에 달하는 청구서 검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 요건은 △범죄혐의의 소명 △주거의 불확실성 및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