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의료폐기물 처리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부분 병원이 위탁업체를 선정해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처리시설 부족으로 업체를 구하지 못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18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전국 공공 의료기관에서 발주한 의료폐기물 위탁처리 용역사업 96건 가운데 92%인 89건이 유찰됐다. 서울에선 17건 모두 유찰됐다. 서울시립서북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나 공고를 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서울시은평병원, 서울시어린이병원 등도 모두 같은 기간 두 차례씩 유찰돼 올해 의료폐기물을 처리해줄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일단 지난해 계약했던 업체에서 계속 처리해주고 있어 아직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임시방편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찰 상황이 장기화하면 폐기물이 쌓여 원내 감염이나 환경오염 등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넘쳐나는 병원 의료폐기물…처리시설 부족에 '대란 조짐'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하지만 처리시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5년 17만3000t △2016년 19만1000t △2017년 20만7000t으로 매년 증가세다. 2013년(14만4000t)과 비교해 4년 동안 43.7%나 늘었다. 그러나 전국의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13곳뿐이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엔 3곳밖에 없고 강원도와 제주도엔 처리업체가 아예 없다. 병원 자체적으로 처리시설을 갖춘 곳은 2곳으로 전체 의료폐기물 가운데 99%가 처리업체에 의해 소각된다.

의료폐기물 처리 수요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보니 기존 업체들의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2017년 처리업체가 실제 소각한 의료폐기물은 20만4000t으로 정부 허가 용량(17만8000t)의 115%에 달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최근 처리업체들이 요구하는 금액이 많이 올랐을 뿐 아니라 입찰 자체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정부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신설 및 기존 업체의 처리용량 증설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폐기물 처리 대란 조짐이 보이자 서울시립서북병원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립서북병원과 서울시은평병원, 서울시어린이병원 등 서울시 산하 3개 병원끼리 통합해 의료폐기물 위탁처리 용역 사업을 한꺼번에 발주하자는 것이다.

3개 병원이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계약을 더 손쉽게 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유미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서울서북병원이 요청한 장기 대책은 법적 검토가 필요해 당장은 추진하기 어렵지만 통합계약은 이미 선례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