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 명이 낳는 아이가 평균적으로 한 명도 안 되는 ‘출산율 0명대’가 현실화됐다. 세계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8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6~0.97명, 출생아 수는 32만5000명가량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모두 역대 최저치다.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길 가는 한국…'출산율 0명대' 현실화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우리나라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작년 합계출산율 1.0명 붕괴는 이미 예고됐다. 연간 합계출산율의 바로미터인 2분기와 3분기 합계출산율이 각각 0.97명, 0.95명으로 추락했다.

‘인구절벽’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인구 정점을 2031년으로 예상했지만, 이런 출산율이라면 정점 시기가 2027년으로 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내 이민 감소, 국적 포기 증가 등이 겹치면 인구 정점은 2023년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추정이다.

0명대 출산율이 경제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 만큼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국민연금 고갈 시기부터 더 빨라진다. 지난해 추계에서 ‘2057년 고갈’은 2017년 출산율(1.05명)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도출한 결과다. 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지며 고갈 시기는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투자 위축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 기본계획 이후 지난해까지 13년간 약 153조원을 출산 복지 정책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책이 실패로 끝나면서 저출산 대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실패를 인정하고 2016년 제3차 기본계획에 담았던 ‘출산율 1.5명’이라는 목표를 폐기하기로 했다. 기존 정책을 재정비해 연간 출생아 수 30만 명대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복지 확대 중심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