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돈 버는 졸부" 폄하…국감선 모욕…차라리 외톨이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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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벤처 창업자는 '은둔 중'
한국 인터넷벤처업계 '은둔형 기업인' 많은 이유
외부활동 끊거나 거리두기 확산
제조업으로 성장해 온 한국, 인터넷벤처 성과에 삐딱한 시선
국감장 불려다니며 '호된 신고식'
'소통 거부하는 신비주의' 비판도
해외 창업자들 소통 활발한데 한국은 지나치게 내부경영 집중
한국 인터넷벤처업계 '은둔형 기업인' 많은 이유
외부활동 끊거나 거리두기 확산
제조업으로 성장해 온 한국, 인터넷벤처 성과에 삐딱한 시선
국감장 불려다니며 '호된 신고식'
'소통 거부하는 신비주의' 비판도
해외 창업자들 소통 활발한데 한국은 지나치게 내부경영 집중
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A대표. 창업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해 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회사 홍보에 활발하게 나서려던 그는 계획을 모두 접고 ‘은둔’에 들어갔다. 그가 최근 지분 일부를 벤처캐피털에 매각(엑시트)해 번 돈으로 서울 삼성동의 이건희 삼성 회장 자택 옆에 고가 단독주택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인터넷 댓글은 난장판이 됐다. “자수성가를 축하한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쇼핑몰로 졸부돼 돈자랑한다” 같은 악담이 쏟아졌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A대표의 상처가 컸을 것”이라며 “회삿돈도 아니고 성공의 결실로 얻은 개인 재산인데 구설에 오른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성공한 창업자 얼굴 보기 힘들어져
국내 인터넷벤처업계에는 ‘은둔형 경영자’가 많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의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외부 노출을 꺼리기로 유명하다. 업체 측은 “공학도 출신의 내성적 성격” “내부 경영 집중” 같은 이유를 든다.
그러나 A대표 사례처럼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규제에 회사의 운명이 갈리는 핀테크(금융기술)와 모빌리티(이동 수단) 업종에선 금융당국 및 이해관계자들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대표들이 부쩍 늘었다.
선배들이 이곳저곳에서 겪는 ‘수모’는 후배 창업자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표 벤처 1세대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정권이 바뀌면 네이버는 죽을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내년에 또 나오게 하겠다” 같은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를 ‘노름판에서 개평 주는 사람’에 비유한 의원도 있다.
국회는 2015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 등에 이어 지난해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등도 증인으로 불러 “수수료와 광고비를 내리라”고 질타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대기업처럼 대관 역량도 없고 걸음마 단계인 스타트업까지 문제 삼는 것은 창업 생태계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벤처의 가치 인정해야”
뛰어난 성과를 일군 인터넷벤처 기업인들이 ‘소통의 문’을 닫는 데 대해 업계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중견 인터넷업체 대표는 “투자자와 후배 창업자들을 만나 ‘혁신 전도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임원들에게만 미루는 건 아쉽다”고 꼬집었다. “국감이나 재판이 아니면 얼굴조차 보기 힘드니 대중의 부정적 이미지가 커진다”는 주장이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정보기술(IT)업계 창업자들이 외부와 자주 소통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 브랜드’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인들은 ‘튀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인터넷벤처의 정당한 수익 추구 활동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들의 은둔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인터넷 업종의 수익원인 광고, 중개 수수료, 아이템 판매 등에 ‘소상공인 착취’나 ‘앉아서 쉽게 돈을 번다’는 식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예약·교통 앱(응용프로그램) 등이 나온 이후 자영업자나 택시기사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가 많다”며 “수수료 자체를 문제 삼아 ‘착취’ 프레임으로 죄악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인터넷 댓글은 난장판이 됐다. “자수성가를 축하한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쇼핑몰로 졸부돼 돈자랑한다” 같은 악담이 쏟아졌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A대표의 상처가 컸을 것”이라며 “회삿돈도 아니고 성공의 결실로 얻은 개인 재산인데 구설에 오른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성공한 창업자 얼굴 보기 힘들어져
국내 인터넷벤처업계에는 ‘은둔형 경영자’가 많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의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외부 노출을 꺼리기로 유명하다. 업체 측은 “공학도 출신의 내성적 성격” “내부 경영 집중” 같은 이유를 든다.
그러나 A대표 사례처럼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규제에 회사의 운명이 갈리는 핀테크(금융기술)와 모빌리티(이동 수단) 업종에선 금융당국 및 이해관계자들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대표들이 부쩍 늘었다.
선배들이 이곳저곳에서 겪는 ‘수모’는 후배 창업자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표 벤처 1세대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정권이 바뀌면 네이버는 죽을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내년에 또 나오게 하겠다” 같은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를 ‘노름판에서 개평 주는 사람’에 비유한 의원도 있다.
국회는 2015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 등에 이어 지난해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등도 증인으로 불러 “수수료와 광고비를 내리라”고 질타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대기업처럼 대관 역량도 없고 걸음마 단계인 스타트업까지 문제 삼는 것은 창업 생태계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벤처의 가치 인정해야”
뛰어난 성과를 일군 인터넷벤처 기업인들이 ‘소통의 문’을 닫는 데 대해 업계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중견 인터넷업체 대표는 “투자자와 후배 창업자들을 만나 ‘혁신 전도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임원들에게만 미루는 건 아쉽다”고 꼬집었다. “국감이나 재판이 아니면 얼굴조차 보기 힘드니 대중의 부정적 이미지가 커진다”는 주장이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정보기술(IT)업계 창업자들이 외부와 자주 소통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 브랜드’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인들은 ‘튀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인터넷벤처의 정당한 수익 추구 활동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들의 은둔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인터넷 업종의 수익원인 광고, 중개 수수료, 아이템 판매 등에 ‘소상공인 착취’나 ‘앉아서 쉽게 돈을 번다’는 식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예약·교통 앱(응용프로그램) 등이 나온 이후 자영업자나 택시기사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가 많다”며 “수수료 자체를 문제 삼아 ‘착취’ 프레임으로 죄악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