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포털 1위 네이버에 지난 1주일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 참가했다. 최대 경쟁자 구글 바로 옆에 전시장을 차려 로봇, 자율주행 등 13종의 신기술을 선보였다. ‘글로벌 기술회사’로의 변신을 정보기술(IT)업계에 선언한 자리였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주 해외 출장 중이었지만 CES 행사장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 취재기자들이 100명 넘게 진을 친 곳에 자신을 노출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한 지인은 전했다.

무엇이 인터넷벤처 창업자를 '은둔자'로 만드나
국내 인터넷벤처업계에는 유독 ‘은둔형 경영자’가 많다. 회사 매각에 나선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400자 분량의 모호한 입장문만 배포한 뒤 칩거 중이다. 카카오의 김범수, 넷마블 방준혁, 엔씨소프트 김택진 창업자 등도 여간해서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는다.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해외 IT기업 창업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 ‘신비주의’라고 비판할 정도다.

최근엔 이들의 후배 격인 유망 인터넷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자 중에도 비슷한 노선을 걷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란히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전자상거래업체 A사, 숙박예약업체 B사, 영상기술업체 C사 등의 대표는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 핵심 수익원인 중개수수료와 광고가 ‘소상공인 착취’라는 식으로 비판받거나 창업자에 대한 악성 댓글이 많아져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업으로 성장한 한국은 인터넷기업이 창출한 무형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당한 수익 추구까지 죄악시하고 경영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풍토가 이들을 숨게 한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