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격월로 지급하는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주겠다는 사측 의견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상여금을 매달 분할 지급하려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통상임금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대차가 최저임금발(發) 노사 갈등의 늪에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1월15일자 A1, 3면 참조

현대차 노조는 18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우려해 추진 중인 상여금 매월 분할 지급 방안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선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단협을 위반하면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회사 측이 최근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주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겠다고 노조에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공식 답변이다.
"상여금 매월 나눠주려면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현대車 노조, 입장 내놔
현대자동차는 매년 기본급의 750% 정도에 달하는 상여금 일부(600%)를 두 달에 한 번 나눠주고 있다. 이를 12개월로 분할해 월급처럼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가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오른 데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돼 유급휴일(일요일)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되면서 ‘인건비 폭탄’을 떠안게 됐다.

현대차에선 올 들어 최저임금을 따지는 기준시간이 종전의 월 174시간에서 월 209시간(유급휴일 포함)으로 바뀌면서 연봉이 6000만원대인 직원까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직원 수는 6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서도 각각 600여 명, 1900여 명이 최저임금 미달인 것으로 노조는 추산했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이들의 임금을 보전해주면 호봉제 임금테이블 전체가 올라간다. 생산직 직원 대부분이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체계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현대차 전 직원 6만여 명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추가 인건비만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고육지책’으로 두 달마다 주는 정기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해 최저임금 계산 때 따지는 분자(월별 임금)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이유다. 통상 최저임금(시급)을 계산할 때는 매달 주는 기본급(법정주휴수당 포함)만 따진다. 현대차의 평균 연봉은 9200만원(2017년 기준)이다. 신입사원 연봉은 5500만원 수준이다.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시행령 계도기간(처벌유예)이 끝나는 올 하반기부터 회사 측이 고소·고발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현대차는 노조를 상대로 임금체계 개편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여금을 매달 쪼개 주려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요구할 계획이다. 법원 판결(1심)로 이미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된 기아차 노사의 최저임금-통상임금 연계 개편안이 다음달에 나오면 이를 올해 임단협 가이드라인으로 삼겠다는 게 노조의 생각이다.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 계산 때 넣는다면 통상임금 판단의 3대 원칙인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 요건에 들어맞는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은 연장수당 및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법원은 2015년 2심을 통해 현대차의 정기 상여금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정기 상여금 시행 세칙에 붙은 ‘재직일수 15일 미만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고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판결 이후 현대차 노사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