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관계 청산→경제번영' 북한 롤모델 거론 상징성+접근성
'北대사관 소재' 하노이서 '경호·보안 유리' 다낭으로 무게중심 이동 관측도
트럼프·김정은 '核담판 2.0' 무대는…베트남으로 가닥잡힌 듯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맥을 잇게 될 '북미 핵 담판 2.0'의 큰 얼개가 짜인 모양새이다.

특히 '2월 말 시간표'가 정해진 가운데 8개 월만의 재회 무대는 베트남으로 사실상 가닥이 잡혀가는 듯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했던 '복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 담판'에서 막바지 조율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백악관 회동 다음 날인 1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아마도 2월 말 언젠가에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나라를 골랐지만(We've picked the country),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90분 면담' 뒤 "2차 정상회담은 2월 말께 열릴 것"이라며 회담 장소에 대해선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고만 했다.

백악관 면담의 결과물로 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어긋나면서 일각에서는 '로지스틱스'(실행계획) 문제에 대한 북미 간 신경전으로 막판 진통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체적 날짜와 시간이 발표되지 않은 데 대해 "양측이 장소 또는 다른 실행계획(로지스틱스) 상의 세부사항을 놓고 여전히 실랑이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로지스틱스의 핵심인 시간과 장소 문제에 대한 조율이 일차적으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김 부위원장 방미의 일차목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였다는 관점에서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북미 양측에서 봤을 때 접근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베트남으로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사실상 베트남으로 굳혀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국이 어딘지 부연하지 않았지만, 베트남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돼 왔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회담 장소로는 베트남 외에 방콕과 하와이 등이 거론돼 왔다.

CNN방송은 지난 8일 미 백악관이 2차 정상회담 장소 선정을 위해 태국 방콕과 베트남 하노이, 하와이를 답사했다고 보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베트남과 태국을 선택지로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베트남으로 최종 낙점된다면 구체적인 개최 도시로는 당초 수도인 하노이가 유력하게 거론돼왔지만, 현지 외교가 등에서는 보안과 경호 문제 등을 감안해 다낭 개최설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설 연휴(2월4∼8일) 이전에 개최된다면 촉박한 준비시간 등으로 수도 하노이를 벗어나기 어렵지만, 일정이 2월 말로 잡히면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다낭에서의 개최 준비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다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로 북한 대사관이 있는 곳으로,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기의 항속거리 등을 고려해 초기부터 거론돼왔다.

유명관광지가 밀집한 휴양지인 다낭은 베트남전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져 상흔이 많은 베트남 중부 최대 상업 도시이다.

두 곳 모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 경험이 있고, 회담을 위한 인프라도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차 회담이 베트남으로 최종 확정되면 1차 싱가포르 때에 이어 두 차례 모두 북미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비행거리'를 고려,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게 된다.

베트남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적대국이었지만 이후 베트남이 미군 유해송환 등을 통해 신뢰를 구축,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뒤 경제성장을 이룬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70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려는 현 북미 협상 국면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선(先)비핵화-후(後) 경제번영 지원'을 강조해온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베트남을 북한의 롤모델로 거론하며 '베트남의 길'을 가라고 '권고'해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인 '도이머이' 관련 현장을 직접 참관, 벤치마킹에 나선 바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설 연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할 것이라는 고가통신 보도가 최근 나오면서 정상회담과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라가 정해졌다면서도 이번에 발표하지 않은 배경도 주목된다.

일단 보안·경호상의 이유와 함께 김 부위원장의 북한 귀환 일정을 감안, 김 위원장에게 '워싱턴 담판'의 결과를 보고한 이후로 발표 시기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에 대해 김 위원장의 ' 답안지'를 토대로 한 워싱턴 조율결과를 김 부위원장이 다시 공식 '추인'하는 절차를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에도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 방북을 통해 김 위원장과 날짜를 정하고 나서 돌아온 직후인 5월 1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날짜와 장소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발표가 정상회담 33일 전에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2월 말'로 예정된 이번 2차 핵 담판의 날짜·장소 발표도 이르면 내주께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하노이냐 다냥이냐를 놓고 양측의 선호가 갈리면서 막판 세부 조율사항이 남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는 2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협상 채널에서 남은 조율을 마저한 뒤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가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 국면에서 극도로 말을 아끼며 신중 모드를 이어온 가운데 장소 선정 작업도 1차 때보다는 조용히 이뤄지는 분위기이다.

1차 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직접 트위터에 "많은 나라가 회담 장소로 검토되고 있지만 남·북한 접경 지역인 (판문점 내) 평화의 집/자유의 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

한번 물어본다"며 공개질의에 나서면서 싱가포르, 몽골 등으로 압축된 상태에서 한때 판문점이부상하는 등 장소 물색 작업도 한층 떠들썩하게 진행됐다.
트럼프·김정은 '核담판 2.0' 무대는…베트남으로 가닥잡힌 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