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따뜻한 '힐링 섬'으로…다케토미의 겨울은 천천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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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조은영의 '무브무브' (8) 오키나와 다케토미 섬에서 보낸 어느 겨울
조은영의 '무브무브' (8) 오키나와 다케토미 섬에서 보낸 어느 겨울
유난히 빨리 다가온 겨울입니다.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어딘가 따뜻한 곳, 어딘가 느리고 번잡하지 않은 곳, 어딘가 마음이 촉촉해지는 그런 곳 말입니다. 이번 겨울 그런 곳을 그리워하는 당신에게 ‘다케토미 섬’을 권합니다. 일본 열도의 가장 남쪽 오키나와의 부속섬 다케토미는 일본이면서도 일본답지 않은 독특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사는 다케토미의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의 마음까지 온전하게 힐링할 수 있을 겁니다.
다케토미(일본)=글 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 조은영, 셔터스톡, 호시노 리조트
오키나와의 우도, 일본인이 꿈에만 그리는 여행지
일본인에게도 절대 가깝지 않은 섬이 있다. 오키나와의 나하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한 시간 비행을 하면 휴양지로 잘 알려진 이시가키 섬에 도착한다. 이곳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여기서 또 남서쪽으로 4㎞, 보트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닿는 작은 섬, 정말 큰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이곳의 이름은 다케토미 섬(竹富島)이다. 전체가 국립공원(Iriomote-Ishigaki National Park)이고 대다수 일본인도 꿈에만 그려본다는 환상의 여행지.
다케토미 섬은 오키나와현의 야에야마 제도에 속한다. 이 섬은 우리의 우도에 비할 만하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우도를 목적지로 여러 날을 보낼 계획이라면 우선 그는 서울까지 비행을 마친 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제주도에 가야 한다. 그리고 우도까지는 다시 배를 타야 하니 그 힘든 여정은 꽤 비슷하다. 다케토미는 5.42㎢, 우도는 6.18㎢로 면적도 비슷하지만 인구에선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우도엔 18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반면 다케토미의 인구는 350명도 안 되니 말이다. 2008년 기록엔 342명, 2012년 기록을 보니 323명, 최근 기록엔 300여 명이라 하니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원래 다케토미 섬은 이시가키 섬 관광객에게는 하루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페리로 10분밖에 안 되는 거리고 하루 동안 걸어다닐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곳이니까. 그러나 최근엔 다케토미 섬의 소박하고 여유롭고 이국적인 매력에 빠져 이곳에 며칠이고 머무르는 이가 많아졌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 검색만 해봐도 호텔만 25개가 넘게 뜨니 인프라는 충분하다.
이곳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단연 날씨가 큰 역할을 한다. 연평균 24도, 겨울에도 18.3도의 기분 좋은 온도를 유지하니 1년 내내 방문하기 좋다. 푸른 바다, 눈부신 모래사장, 형형색색 열대어들, 쏟아지는 별 등을 기대해도 좋다. 자연 환경도 아름답지만 다케토미 섬은 특별히 마을 골목골목, 인간이 만들어놓은 것들도 아름답다.
열대 휴양지가 부럽지 않은 완벽한 휴양
다케토미 섬엔 오키나와 전통의 ‘류큐’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돌, 바람, 여자가 제주를 대표한다면 다케토미엔 하얀 모래, 붉은 기와, 그리고 돌담이 있다. 민가는 대부분 섬의 중앙부에 있는데, 붉은 기와를 올린 전통집, 하얀 모래가 깔린 길들은 전형적인 오키나와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작은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는 나지막한 돌담들은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이다. 현지말로는 ‘긋쿠’라 하는데 색만 다를 뿐 제주와 분위기가 너무나 닮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곳도 바람이 많은 지역이어서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예부터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제주의 돌담은 원래 검은색이지만 이곳의 돌은 산호로 만들어져 하얀색을 띠다가 세월의 흔적을 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잿빛으로 변한다.
전통 양식을 고수한 건축물은 모두 하늘을 안고 있는 단층이고 붉은 점토로 만든 기와 지붕을 얹은 단아한 모습이다. 지붕 위와 집 입구엔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다준다는 오키나와의 상징인 사자 수호신 ‘시사’가 당당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하고 사람들을 반긴다.
이곳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그러니 방문객들의 생체리듬도 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천천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섬을 둘러보는 것은 도보로도, 자전거로도 가능하지만 이곳의 명물인 ‘물소차’(사진)를 타고 느긋하게 마을을 돌아보는 코스는 놓치면 아쉽다.
하루 정도 지나면 찻집에서 전통 차 마시기, 전통 공예 배워보기 등의 체험활동에 관심이 생긴다. 그중 해변에서의 시간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다케토미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는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해변 1위에 자주 꼽히는 콘도이(Kondoi) 비치다. “여기가 일본이 맞나?”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평선이 일품인 곳, 새하얀 모래사장과 코발트블루 비치는 그야말로 절경 그 자체다. 동남아시아 해변 휴양지와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바다와 햇볕, 하늘, 모래 그리고 몇몇 조용한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잡상인을 한 명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유명한 해변이 하나 더 있다. 카이지(カイジ浜) 해변이다. 여기선 수영을 할 순 없지만 별 모양의 하얀 모래를 채취할 수 있다. 이것은 사실 모래가 아니고 바다 생물의 잔해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별 모양 모래를 모아 작은 유리병에 담아오면 다케토미 섬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만든 독특한 리조트
다케토미 섬은 해변만큼 바닷속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호주의 유명한 다이빙 휴양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보다 많은 종류인 360종의 산호초가 발견되는 곳이니 오래전부터 다이버들은 이곳의 비밀을 알고 자주 찾았다.
그런데 근간 유독 게으른 휴양객이 늘어난 것은 고급 리조트 그룹인 호시노사가 이 섬에 리조트를 지은 이후부터라 한다. 2012년 리조트가 개장할 당시 이 작고 외딴 섬에 리조트가 생긴 이유가 꽤 궁금했었는데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HOSHINOYA Taketomi Island)를 방문하고 나서 느낀 것은 이 리조트가 다케토미 섬의 매력을 잘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통을 지키는 마을, 섬 전체가 국립공원인 인구 300여 명의 작은 섬에 이 고급 리조트가 들어설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섬을 충분히 존중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관만 봐도 알 수 있다. 철저히 섬의 일부가 된 건축, 마을의 골목길, 마을의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과 자연 경관을 전혀 해치지 않고 주민과 합심해서 만들었다는 돌담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길이 46m, 제법 큰 사이즈의 야외 수영장도 집들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섬의 민박집에 머무르거나, 리조트에 머무르거나 이것은 예산과 취향의 차이다. 리조트의 객실동도 마을의 어느 집과 꼭 닮게 건축돼 전통집에 체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돌담에 둘러싸인 개인 정원이 있는 단층집의 객실은 섬과 하나 돼 바람이 흐르도록, 고요가 흘러가도록, 그러면서도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도록 만들어졌다. 2만 평의 부지에 48개의 객실, 오직 100여 명의 고객을 위한 공간엔 요가,별빛 감상, 크루즈 등의 액티비티까지 준비돼 있다.
‘또 하나의 일본’이란 콘셉트로 만든 호시노야 리조트, 다케토미 섬은 다케토미가 워낙 생소한 지명이다 보니 호시노야 오키나와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일본식 가이세키가 아닌 프렌치 코스 요리를 맛봤다.
다소 대담한 선택이었지만 오키나와의 식재료를 활용해 아름다운 그릇에 예술작품처럼 즐길 수 있었던 훌륭한 식사로 기억된다. 물론 마을의 식당에서 먹는 소박한 식사와 인심 좋은 슈퍼에서 파는 소금맛 나는 아이스케키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여행메모
다케토미 섬은 지금부터가 여행하기 좋다. 바람이 많고 태풍이 잦지만 주민들은 익숙하다. 태풍은 7~9월이 시즌이다. 그러니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000년 작 ‘한 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다케토미 섬의 고아원에서 자랐다. 2008년 작품인 아오이 유우의 ‘편지’의 배경도 다케토미 섬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라도 다케토미 섬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것이다. 이 섬에선 일상이 영화가 되고 누구라도 주인공이 된다. 다케토미가 바로 그런 곳이다.
섬을 떠날 때 즈음이면 생애 한 번은 낙도에 눌러앉고 싶단 욕망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언제나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끔 한 번씩 이렇게 낙도의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인생 그다지 나쁘지 않다.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이시가키 공항까지는 국내선 비행기 1시간5분, 이시가키항에서 다케토미 섬까지는 편도 페리로 10분 정도 걸린다.
오키나와 민요를 들으며 물소 차에 올라 느긋하게 관광하는 것은 다케토미 섬만의 독특한 관광 코스다. 동쪽과 서쪽 코스 두 가지가 있다. 요금은 어른 1200엔, 어린이 600엔 정도다. 섬의 곳곳에서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섬이 크지 않아 도보로도 충분히 산책할 수 있지만 다케토미 섬의 둘레는 약 9.2㎞. 1시간이면 자전거로 한 바퀴 일주할 수 있다. 요금은 1시간 기준 300엔, 하루 1500엔이다. 5성급 호텔로는 본문에 소개된 호시노야 오키나와(다케토미지마)가 유일하고, 3성급 호텔 중엔 호텔 피스 아일랜드를 추천한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가족이나 커플이 부담 없이 묵을 수 있다.
다케토미(일본)=글 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 조은영, 셔터스톡, 호시노 리조트
오키나와의 우도, 일본인이 꿈에만 그리는 여행지
일본인에게도 절대 가깝지 않은 섬이 있다. 오키나와의 나하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한 시간 비행을 하면 휴양지로 잘 알려진 이시가키 섬에 도착한다. 이곳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여기서 또 남서쪽으로 4㎞, 보트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닿는 작은 섬, 정말 큰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이곳의 이름은 다케토미 섬(竹富島)이다. 전체가 국립공원(Iriomote-Ishigaki National Park)이고 대다수 일본인도 꿈에만 그려본다는 환상의 여행지.
다케토미 섬은 오키나와현의 야에야마 제도에 속한다. 이 섬은 우리의 우도에 비할 만하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우도를 목적지로 여러 날을 보낼 계획이라면 우선 그는 서울까지 비행을 마친 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제주도에 가야 한다. 그리고 우도까지는 다시 배를 타야 하니 그 힘든 여정은 꽤 비슷하다. 다케토미는 5.42㎢, 우도는 6.18㎢로 면적도 비슷하지만 인구에선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우도엔 18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반면 다케토미의 인구는 350명도 안 되니 말이다. 2008년 기록엔 342명, 2012년 기록을 보니 323명, 최근 기록엔 300여 명이라 하니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원래 다케토미 섬은 이시가키 섬 관광객에게는 하루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페리로 10분밖에 안 되는 거리고 하루 동안 걸어다닐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곳이니까. 그러나 최근엔 다케토미 섬의 소박하고 여유롭고 이국적인 매력에 빠져 이곳에 며칠이고 머무르는 이가 많아졌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 검색만 해봐도 호텔만 25개가 넘게 뜨니 인프라는 충분하다.
이곳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단연 날씨가 큰 역할을 한다. 연평균 24도, 겨울에도 18.3도의 기분 좋은 온도를 유지하니 1년 내내 방문하기 좋다. 푸른 바다, 눈부신 모래사장, 형형색색 열대어들, 쏟아지는 별 등을 기대해도 좋다. 자연 환경도 아름답지만 다케토미 섬은 특별히 마을 골목골목, 인간이 만들어놓은 것들도 아름답다.
열대 휴양지가 부럽지 않은 완벽한 휴양
다케토미 섬엔 오키나와 전통의 ‘류큐’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돌, 바람, 여자가 제주를 대표한다면 다케토미엔 하얀 모래, 붉은 기와, 그리고 돌담이 있다. 민가는 대부분 섬의 중앙부에 있는데, 붉은 기와를 올린 전통집, 하얀 모래가 깔린 길들은 전형적인 오키나와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작은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는 나지막한 돌담들은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이다. 현지말로는 ‘긋쿠’라 하는데 색만 다를 뿐 제주와 분위기가 너무나 닮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곳도 바람이 많은 지역이어서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예부터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제주의 돌담은 원래 검은색이지만 이곳의 돌은 산호로 만들어져 하얀색을 띠다가 세월의 흔적을 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잿빛으로 변한다.
전통 양식을 고수한 건축물은 모두 하늘을 안고 있는 단층이고 붉은 점토로 만든 기와 지붕을 얹은 단아한 모습이다. 지붕 위와 집 입구엔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다준다는 오키나와의 상징인 사자 수호신 ‘시사’가 당당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하고 사람들을 반긴다.
이곳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그러니 방문객들의 생체리듬도 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천천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섬을 둘러보는 것은 도보로도, 자전거로도 가능하지만 이곳의 명물인 ‘물소차’(사진)를 타고 느긋하게 마을을 돌아보는 코스는 놓치면 아쉽다.
하루 정도 지나면 찻집에서 전통 차 마시기, 전통 공예 배워보기 등의 체험활동에 관심이 생긴다. 그중 해변에서의 시간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다케토미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는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해변 1위에 자주 꼽히는 콘도이(Kondoi) 비치다. “여기가 일본이 맞나?”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평선이 일품인 곳, 새하얀 모래사장과 코발트블루 비치는 그야말로 절경 그 자체다. 동남아시아 해변 휴양지와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바다와 햇볕, 하늘, 모래 그리고 몇몇 조용한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잡상인을 한 명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유명한 해변이 하나 더 있다. 카이지(カイジ浜) 해변이다. 여기선 수영을 할 순 없지만 별 모양의 하얀 모래를 채취할 수 있다. 이것은 사실 모래가 아니고 바다 생물의 잔해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별 모양 모래를 모아 작은 유리병에 담아오면 다케토미 섬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만든 독특한 리조트
다케토미 섬은 해변만큼 바닷속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호주의 유명한 다이빙 휴양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보다 많은 종류인 360종의 산호초가 발견되는 곳이니 오래전부터 다이버들은 이곳의 비밀을 알고 자주 찾았다.
그런데 근간 유독 게으른 휴양객이 늘어난 것은 고급 리조트 그룹인 호시노사가 이 섬에 리조트를 지은 이후부터라 한다. 2012년 리조트가 개장할 당시 이 작고 외딴 섬에 리조트가 생긴 이유가 꽤 궁금했었는데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HOSHINOYA Taketomi Island)를 방문하고 나서 느낀 것은 이 리조트가 다케토미 섬의 매력을 잘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통을 지키는 마을, 섬 전체가 국립공원인 인구 300여 명의 작은 섬에 이 고급 리조트가 들어설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섬을 충분히 존중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관만 봐도 알 수 있다. 철저히 섬의 일부가 된 건축, 마을의 골목길, 마을의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과 자연 경관을 전혀 해치지 않고 주민과 합심해서 만들었다는 돌담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길이 46m, 제법 큰 사이즈의 야외 수영장도 집들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섬의 민박집에 머무르거나, 리조트에 머무르거나 이것은 예산과 취향의 차이다. 리조트의 객실동도 마을의 어느 집과 꼭 닮게 건축돼 전통집에 체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돌담에 둘러싸인 개인 정원이 있는 단층집의 객실은 섬과 하나 돼 바람이 흐르도록, 고요가 흘러가도록, 그러면서도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도록 만들어졌다. 2만 평의 부지에 48개의 객실, 오직 100여 명의 고객을 위한 공간엔 요가,별빛 감상, 크루즈 등의 액티비티까지 준비돼 있다.
‘또 하나의 일본’이란 콘셉트로 만든 호시노야 리조트, 다케토미 섬은 다케토미가 워낙 생소한 지명이다 보니 호시노야 오키나와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일본식 가이세키가 아닌 프렌치 코스 요리를 맛봤다.
다소 대담한 선택이었지만 오키나와의 식재료를 활용해 아름다운 그릇에 예술작품처럼 즐길 수 있었던 훌륭한 식사로 기억된다. 물론 마을의 식당에서 먹는 소박한 식사와 인심 좋은 슈퍼에서 파는 소금맛 나는 아이스케키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여행메모
다케토미 섬은 지금부터가 여행하기 좋다. 바람이 많고 태풍이 잦지만 주민들은 익숙하다. 태풍은 7~9월이 시즌이다. 그러니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000년 작 ‘한 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다케토미 섬의 고아원에서 자랐다. 2008년 작품인 아오이 유우의 ‘편지’의 배경도 다케토미 섬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라도 다케토미 섬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것이다. 이 섬에선 일상이 영화가 되고 누구라도 주인공이 된다. 다케토미가 바로 그런 곳이다.
섬을 떠날 때 즈음이면 생애 한 번은 낙도에 눌러앉고 싶단 욕망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언제나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끔 한 번씩 이렇게 낙도의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인생 그다지 나쁘지 않다.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이시가키 공항까지는 국내선 비행기 1시간5분, 이시가키항에서 다케토미 섬까지는 편도 페리로 10분 정도 걸린다.
오키나와 민요를 들으며 물소 차에 올라 느긋하게 관광하는 것은 다케토미 섬만의 독특한 관광 코스다. 동쪽과 서쪽 코스 두 가지가 있다. 요금은 어른 1200엔, 어린이 600엔 정도다. 섬의 곳곳에서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섬이 크지 않아 도보로도 충분히 산책할 수 있지만 다케토미 섬의 둘레는 약 9.2㎞. 1시간이면 자전거로 한 바퀴 일주할 수 있다. 요금은 1시간 기준 300엔, 하루 1500엔이다. 5성급 호텔로는 본문에 소개된 호시노야 오키나와(다케토미지마)가 유일하고, 3성급 호텔 중엔 호텔 피스 아일랜드를 추천한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가족이나 커플이 부담 없이 묵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