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투자는 세입자와 공동 창업하는 것
사람들은 흔히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매도자와 매수자, 주인과 세입자 간 이해관계가 상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가 건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 상가 건물주와 세입자의 상생은 서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상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김상진 씨(67). 해마다 설·추석 때 건물 세입자 6명에게 마음의 선물을 보낸다. 지난 설 연휴에는 가게를 돌면서 작은 멸치세트를 직접 건넸다. 비용은 20만원 정도다. 김씨는 “세입자가 잘돼야 건물주도 잘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작은 선물은 세입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침저녁으로 상가 건물 앞 골목길 청소나 담배꽁초 줍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변이 깨끗해야 고객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배려와 소통 때문인지 김씨는 세입자 문제로 골치를 크게 앓아본 적이 별로 없다.

상가 투자를 한다는 것은 건물주가 세입자와 함께 사업하는 것이다. 건물주는 자금을 대고, 세입자는 기술을 투자하는 공동 비즈니스다.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한 번 사면 팔기가 쉽지 않은 장기 투자 상품이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상생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은 상가 투자 때 귀담아들어야 할 명언이다. 최근 한 먹자골목에 등장한 ‘을(세입자)이 죽으면 갑(건물주)도 죽는다’는 플래카드에 적힌 세입자의 말이 억지 논리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다행히 요즘 곳곳에서 건물주와 세입자(상인)의 상생을 위한 노력이 보인다. 서로 힘을 합쳐 상권을 살리려는 것이다. 건물주와 세입자 공동으로 상가발전위원회를 꾸려 축제를 열거나 건물주가 야간에 방범 도우미까지 나서는 곳도 있다. 세입자와 건물주가 뭉칠 때 장기적으로 공동 이익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돼야 임대료도 올라가는 법이다.

서울 노원구에 작은 상가 건물을 보유한 양지훈 씨(59). 그는 현금 10억원으로 임대수익용 근린 상가를 알아보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안정적인 월세를 받고 싶어서다. 매입할 상가를 둘러보면서 그가 느낀 것은 ‘상가 투자는 세입자 시선으로 봐야 실패가 없다’는 생각이다. 월세는 건물주나 중개업자가 아니라 세입자가 내기 때문이다. 장사하는 세입자가 보는 눈은 정확하다. 상가 입지를 평가할 때 주변 세입자 등 적어도 3명에게 반드시 탐문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로부터 객관적인 의견을 종합해 상가 가치를 따져보고 결정한다. 그래도 미덥지 않다면 장사하는 지인과 현장을 답사하는 것도 괜찮다.

양씨 역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교 동창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입지를 검증할 예정이다. 양씨는 “세입자가 기피하는 지역의 상가를 사서 성공한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가 파악한 세입자 선호 상가는 유동 인구가 많아 매출이 꾸준한 곳이다. 양씨는 “예를 들면 지하철역 출구에서 10m 이내 1층 코너 상가나 대학 후문은 접근성이 좋아 고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상가는 세입자가 갑자기 가게를 비워도 공실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상가를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우므로 상가를 살 때는 반드시 세입자의 선호도가 높은 곳을 골라야 속을 썩이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는 상가 투자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세입자 마음을 읽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