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농협은행까지 걸그룹 모델 발탁…은행권 '아이돌 마케팅' 전쟁
농협은행이 신인 걸그룹 공원소녀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면서 은행권에 아이돌 마케팅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요즘 은행권 광고는 ‘아이돌 판’이라고 할 정도다. 은행 광고에서 아이돌을 보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공원소녀와 ‘농가소득 올라올라 캠페인’의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 농협은행이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10대, 20대에게 농업 및 농촌에 대한 관심을 높일 방안으로 젊고 통통 튀는 신인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위촉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아이돌 광고 모델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신한은행은 워너원을, 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BTS)를 각각 모델로 기용했다. 아이돌 이름을 내건 금융상품도 내놨다. 워너원 멤버들의 사진이 들어간 ‘워너원 쏠 딥드림 체크카드’는 10만장 가량 발급됐고 ‘KB×BTS 적금’도 18만 계좌 이상 발급돼 지난해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보수적인 농협은행까지 걸그룹 모델 발탁…은행권 '아이돌 마케팅' 전쟁
국민은행 관계자는 “BTS 광고 영상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회수가 1000만건을 넘었다”며 “해외 고객 유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BTS와 광고모델 재계약을 맺고 올해도 관련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워너원이 해체된 데 따라 새로운 광고 모델을 물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엠넷 ‘고등래퍼2’ 우승자인 10대 래퍼 김하온을 광고 모델로 채용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우리금융지주를 출범하면서 걸그룹 블랙핑크를 광고모델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5대 은행 모두 각사의 ‘얼굴’인 광고 모델로 아이돌을 앞세우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채용하는 것은 단순히 인기 많은 모델을 쓰는 차원이 아니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는 게 주요 과제인 상황에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아이돌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며 “젊은 세대와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방식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아이돌 사진과 영상을 제작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에 지속 공유하며 고객 접점을 마련하는 방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아이돌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대 20대는 아직 소비나 운용 가능한 자금 규모가 작아 당장 큰 수익으로 연결되긴 어렵지만 미래 고객 선점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들이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면서 인지도가 높은 광고 모델을 선정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