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보 "김영철, 트럼프에 반가운 손님"…협상력 부각
北, '2월 북미회담 합의' 침묵…실무협상 본격화 속 '신중 기조'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과 '2월 말 2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후속 실무협상에 본격 돌입했지만, 공식 매체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2박 3일의 워싱턴DC 체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출국한 20일 현재까지 방미 사실 자체를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을 통해 '2월 말'로 윤곽이 나온 북미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9일께부터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실무레벨 협상을 시작한 사실도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김영철 위원장의 방미 결과나 실무협상 상황 대해 설명을 아끼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북한은 미국보다 '한 발짝 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20일 북미협상 진전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자력갱생과 자립경제,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대내 메시지로 대부분의 지면을 채웠다.

북한의 이런 기조는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협상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그만큼 내부적 부담감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교적 추상적인 수준의 합의문을 내는 데 그쳤던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2차 정상회담의 성패에 향후 북미협상의 순항 여부가 달려있다는 시각도 많다.

따라서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며 구체적 시기 등을 언제 대내에 공개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상황이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주민들을 상대로도 회담 계획을 공식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정상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귀국하면 방미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 등에 대해 간단한 보도는 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매체들이 미국을 향한 장외 압박성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0일 '정세발전을 주도하시는 최고 영도자의 신년구상과 활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언급하며 북한의 '협상 우위'를 은근히 부각했다.

이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초 방중을 언급하며 "벌써 4년 임기의 중반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저들이 패권경쟁의 상대로 지목하는 중국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던 조선(북한)이 손을 잡고 대미공조를 강화하는 데 대하여 욕설을 퍼붓고 방관만 해서는 안 되는 처지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니만큼 최고 영도자의 뜻을 받들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대단히 반가운 손님"이라고 주장했다.

임기 후반부로 접어들며 대북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북중공조 강화'를 지렛대 삼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