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하려고 하면 설렘과 막막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하물며 삶이 달린 일이라면야. 기세 좋게 ‘이런 사업을 내 손으로 해보리라’며 일을 벌였지만 뒷수습을 생각하니 막막함이 밀려왔다.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서를 쓰면서 방향을 잡은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에 선정된 것만으로 기뻐하기엔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아는 나이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고 판매하기까지는 많은 기관과 업체가 얽힌다. 콘텐츠 기획만 할 줄 아는 직장인으로서 넘어야 할 벽이 많았다. 세무와 회계는 ‘곱하기와 더하기만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디자인이나 개발, 양산 같은 영역은 아예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예비창업자에게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다. ‘학교’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졸업 때까지 창업과 관련해 120학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덕분에 세무에서 곱하기와 더하기보다 중요한 것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신고 및 납부기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예비 중의 예비 창업자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수업이었다.

개인과 법인 사업자 중 어느 쪽으로 등록할지도 전문가를 만나본 뒤에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회사가 있어 보이려면 법인으로 해야 한다’ 등 모호한 조언을 해줬다. 코칭을 해준 세무사는 ‘한 푼이 아쉬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일단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세무 대리 비용만 해도 법인보다는 개인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함께 입교한 창업 선배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각종 지원 사업은 보통 ‘창업 후 3년 이내’ 같은 조건이 붙는다. 개인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규모가 커질 때 법인으로 전환하면 법인 설립일을 기준으로 창업 날짜가 바뀐다는 팁이었다.

수업을 듣다 보니 세무사,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가들은 괜히 전문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 고용만 해도 그렇다. 직원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직접 세금을 계산해 신고하려면 관련 기관 홈페이지(혹은 담당자)와 한참을 씨름해야 한다. 하다못해 근로기준법에 맞게 급여를 계산하는 것조차 어렵다.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게다가 이 비용은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지원해 준다.

시작이 반이랬다. 밤마다 머리를 싸쥐며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는 해결되지 않던 일들이 발로 뛰면 해결됐다. 밖으로는 닥치는 대로 도움을 청했다. 이전 직장에서 알게 돼 언젠가는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기존 인맥과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끌어모아 증강현실(AR) 영상을 제작하고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업체를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