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투자은행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경기 둔화 조짐이 완연한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침체 구름' 짙어지는 유로존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JP모간은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4%로 낮추고 내년 전망치도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HSBC도 올해 유로존 성장률을 1.6%에서 1.4%로, 내년 성장률은 1.4%에서 1.3%로 낮췄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8%에서 1.0%로, 내년 성장률은 1.5%에서 0.8%로 크게 낮춰 잡았다.

투자은행들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최근 유럽의 실물경기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경제는 지난해 3분기에 전기 대비 0.2% 성장해 지난 4년을 통틀어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7% 감소하면서 2016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역내 개별 국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유럽 1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5%에 그쳐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 경기 둔화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0.1%로 후퇴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돼 사실상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출 둔화가 유럽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자동차는 유럽의 최대 수출품목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 배출가스 규제와 미국의 유럽산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계획도 유럽의 자동차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로존 경기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지난해 말 경기부양책(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시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로 돌아갈 것을 돌연 시사하고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유럽의회에서 “상당한 부양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ECB 금리 인상이 2020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