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프로로 데뷔해 매년 20개 안팎의 대회를 뛰었던 필 미컬슨(미국·사진)이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한국 나이로는 ‘반백살’인 그가 지난 28년간 ‘개근’하고 29번 참가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불참한다. 뒤늦게나마 그의 라이벌인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다.

20일 미국 골프채널 등에 따르면 미컬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올 시즌 일정을 알리면서 오는 24일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2월14일로 예정된 제네시스 오픈을 건너뛰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올해 출전 대회 수를 조금 줄이겠다고 이미 예고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은 그가 자란 곳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다. 그의 고향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토리 파인즈 골프코스에서 열려 왔다. 성적도 좋았다. 1993년 이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뒤 2000년과 2001년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는 ‘톱10’에 한 번 든 것이 전부다. 토리 파인즈는 2002년에 골프장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이후 미컬슨과 궁합이 좋지 않다.

지난주 토리 파인즈 골프장 인근에서 열린 데저트 클래식에 모습을 드러낸 미컬슨은 취재진과 만나 “7600야드의 전장에 질척이는 러프가 있는 골프장은 썩 내키는 곳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리베이라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오픈도 비슷한 이유로 건너뛰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컬슨은 체력을 비축한 뒤 오는 6월 열리는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모든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US오픈은 미컬슨이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PGA투어 43승을 거두는 동안 단 한 번도 정복하지 못한 대회다. 그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여섯 번 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우승)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다.

미컬슨은 데저트 클래식에서 이날 3라운드까지 22언더파를 치며 단독선두로 나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1라운드에선 하루에만 12언더파 60타를 치며 자신의 최저타수 타이기록을 세웠고 사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