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30야드는 더 날리는 캐머런 챔프…라이벌 덕에 승부욕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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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9 (4) PGA 슈퍼 루키 임성재
"신인상 위해 PGA 우승 신고할 것
브룩스 켑카처럼 감정 기복 줄이고
도쿄올림픽 출전·亞 최고 선수 목표"
"신인상 위해 PGA 우승 신고할 것
브룩스 켑카처럼 감정 기복 줄이고
도쿄올림픽 출전·亞 최고 선수 목표"
“캐머런 챔프라는 경쟁자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시합하다보면 승부욕이 마구 생기거든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슈퍼 루키’ 임성재(21·CJ대한통운·사진)의 말이다. 지난달 경기 용인의 태광CC 골프연습장에서 새해 다짐을 듣기 위해 만난 임성재는 라이벌인 캐머런 챔프(미국) 이야기가 나오자 “챔프는 티잉 구역에서 나보다 평균 30야드는 더 멀리 보내는 것 같다”며 “3번 우드로도 내 드라이버보다 15야드는 더 멀리 친다”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임성재는 역대 한국 선수 중 PGA투어에 가장 화려하게 등장했다. 웹닷컴(2부)투어 진출 첫해였던 지난해 2승을 포함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등을 휩쓸었다. 올 시즌 PGA투어에 입성한 임성재는 데뷔 전부터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런 그 앞에 챔프가 나타났다. 챔프는 지난해 임성재와 웹닷컴 투어에서 같이 뛰었다. 챔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350야드를 넘기는 장타가 일품이다. 달라진 건 정확성이다. 그 덕분에 챔프는 2018~2019시즌 PGA투어에 올라와 샌더슨 팜스에서 먼저 우승을 신고했다. 신인상은 PGA투어 선수들이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우승 같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임성재는 “웹닷컴투어에선 그저 멀리 칠 줄만 아는 선수 같았는데 이젠 정확성도 올라온 것 같다”며 “챔프 덕분에 나도 더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우승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고 꼭 잡고 싶다”고 했다.
챔프의 시즌 초반 활약은 임성재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승부욕은 항상 위기의 순간에 발휘됐다. 초등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들 정도로 잘나갔던 그였다. 프로 무대에선 시드 유지가 급급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다. 2016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는 당시 마지막 기회였던 마이나비 ABC 챔피언십에서 월요 예선을 통과한 뒤 4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가 그해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임성재는 이 대회 성적에 힘입어 시즌 상금랭킹 59위로 생존에 성공했다. 당시 시드 유지에 실패했다면 PGA투어 데뷔는 여전히 그의 새해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임성재는 “살면서 큰 위기는 느껴보지 못했는데 프로에 올라오니 위기로 가득했다”며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 승부욕 때문인지 이상하게 잘 풀렸던 것 같다. 마이나비 ABC 대회에선 마음속으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어 “신인상 역시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만큼 물러서지 않고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성재의 또 다른 새해 목표는 ‘감정 기복 줄이기’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CJ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미국)와 경기하며 ‘멘탈’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그는 “켑카와 CJ컵에서 1, 2라운드를 함께했는데 그는 결과가 좋지 않아도 티를 내지 않았고 감정 기복도 없어 보였다”며 “샷을 할 때도 결정하면 이후엔 망설임이 없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와의 실력 차를 켑카를 통해 느꼈다”고 회상했다.
임성재는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치면서 타이틀 싸움까지 하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그는 2부 투어에서 끼니마다 입에 욱여넣었던 닭가슴살의 뻑뻑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서투른 영어 실력에도 긴 문장으로 된 영어 소감을 밤새워 외울 정도로 끈기는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장기다.
그는 “PGA투어에서 뛰며 꾸준한 성적을 내고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으면 좋겠다”며 “지난해 34개 대회에 참가했는데 올해도 몸이 허락하는 한 많은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나아가 ‘롱런’해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임성재는 지난 18일 개막한 PGA투어 데저트 클래식에서 3라운드까지 16언더파를 쳐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22언더파로 선두인 필 미컬슨(미국)과 6타 차다. ■임성재의 레슨 꿀팁
백스윙 때 팔과 어깨가 삼각형 돼야…자연스레 무게 실리며 장타 나와
임성재의 스윙 템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의 평균보다 느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스윙 후 1초 남짓 멈췄다가 다운스윙으로 이어간다.
하지만 헤드가 공에 맞는 순간 폭발적인 힘과 함께 장타로 이어진다. 그는 장타자들이 즐비한 PGA 웹닷컴(2부)투어에서도 300야드를 꾸준히 넘겼다. 2018~2019 PGA투어에서도 305.6야드(19일 기준)를 기록해 장타 부문 31위에 자리하고 있다.
임성재의 장타 비결은 ‘삼각형’ 속에 숨어 있다. 그는 백스윙 때 두 팔과 어깨가 정확히 삼각형 모양을 이루도록 한다. 오른 팔꿈치를 너무 굽히거나 백스윙을 바깥으로 해도 이 삼각형은 일그러질 수 있다. 임성재는 “팔과 어깨로 삼각형 모양을 유지하면서 클럽을 뒤로 천천히 빼면 몸에 꼬임이 느껴진다”며 “삼각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이후 스윙이 훨씬 더 안정적으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각형을 유지하면 다운스윙 때 자연스레 무게가 실리는 ‘몸통 스윙’으로 이어진다. 팔과 함께 어깨와 몸이 돌아가고, 이는 스윙 스피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임성재가 강조하는 삼각형의 비밀이다.
임성재는 “삼각형을 유지한 뒤 클럽을 떨어뜨려 다운스윙을 해도 서두르다 보면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연습으로 자신에게 맞는 다운스윙의 템포를 찾는다면 제대로 힘이 실린 샷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슈퍼 루키’ 임성재(21·CJ대한통운·사진)의 말이다. 지난달 경기 용인의 태광CC 골프연습장에서 새해 다짐을 듣기 위해 만난 임성재는 라이벌인 캐머런 챔프(미국) 이야기가 나오자 “챔프는 티잉 구역에서 나보다 평균 30야드는 더 멀리 보내는 것 같다”며 “3번 우드로도 내 드라이버보다 15야드는 더 멀리 친다”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임성재는 역대 한국 선수 중 PGA투어에 가장 화려하게 등장했다. 웹닷컴(2부)투어 진출 첫해였던 지난해 2승을 포함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등을 휩쓸었다. 올 시즌 PGA투어에 입성한 임성재는 데뷔 전부터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런 그 앞에 챔프가 나타났다. 챔프는 지난해 임성재와 웹닷컴 투어에서 같이 뛰었다. 챔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350야드를 넘기는 장타가 일품이다. 달라진 건 정확성이다. 그 덕분에 챔프는 2018~2019시즌 PGA투어에 올라와 샌더슨 팜스에서 먼저 우승을 신고했다. 신인상은 PGA투어 선수들이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우승 같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임성재는 “웹닷컴투어에선 그저 멀리 칠 줄만 아는 선수 같았는데 이젠 정확성도 올라온 것 같다”며 “챔프 덕분에 나도 더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우승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고 꼭 잡고 싶다”고 했다.
챔프의 시즌 초반 활약은 임성재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승부욕은 항상 위기의 순간에 발휘됐다. 초등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들 정도로 잘나갔던 그였다. 프로 무대에선 시드 유지가 급급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다. 2016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는 당시 마지막 기회였던 마이나비 ABC 챔피언십에서 월요 예선을 통과한 뒤 4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가 그해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임성재는 이 대회 성적에 힘입어 시즌 상금랭킹 59위로 생존에 성공했다. 당시 시드 유지에 실패했다면 PGA투어 데뷔는 여전히 그의 새해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임성재는 “살면서 큰 위기는 느껴보지 못했는데 프로에 올라오니 위기로 가득했다”며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 승부욕 때문인지 이상하게 잘 풀렸던 것 같다. 마이나비 ABC 대회에선 마음속으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어 “신인상 역시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만큼 물러서지 않고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성재의 또 다른 새해 목표는 ‘감정 기복 줄이기’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CJ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미국)와 경기하며 ‘멘탈’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그는 “켑카와 CJ컵에서 1, 2라운드를 함께했는데 그는 결과가 좋지 않아도 티를 내지 않았고 감정 기복도 없어 보였다”며 “샷을 할 때도 결정하면 이후엔 망설임이 없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와의 실력 차를 켑카를 통해 느꼈다”고 회상했다.
임성재는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치면서 타이틀 싸움까지 하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그는 2부 투어에서 끼니마다 입에 욱여넣었던 닭가슴살의 뻑뻑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서투른 영어 실력에도 긴 문장으로 된 영어 소감을 밤새워 외울 정도로 끈기는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장기다.
그는 “PGA투어에서 뛰며 꾸준한 성적을 내고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으면 좋겠다”며 “지난해 34개 대회에 참가했는데 올해도 몸이 허락하는 한 많은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나아가 ‘롱런’해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임성재는 지난 18일 개막한 PGA투어 데저트 클래식에서 3라운드까지 16언더파를 쳐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22언더파로 선두인 필 미컬슨(미국)과 6타 차다. ■임성재의 레슨 꿀팁
백스윙 때 팔과 어깨가 삼각형 돼야…자연스레 무게 실리며 장타 나와
임성재의 스윙 템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의 평균보다 느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스윙 후 1초 남짓 멈췄다가 다운스윙으로 이어간다.
하지만 헤드가 공에 맞는 순간 폭발적인 힘과 함께 장타로 이어진다. 그는 장타자들이 즐비한 PGA 웹닷컴(2부)투어에서도 300야드를 꾸준히 넘겼다. 2018~2019 PGA투어에서도 305.6야드(19일 기준)를 기록해 장타 부문 31위에 자리하고 있다.
임성재의 장타 비결은 ‘삼각형’ 속에 숨어 있다. 그는 백스윙 때 두 팔과 어깨가 정확히 삼각형 모양을 이루도록 한다. 오른 팔꿈치를 너무 굽히거나 백스윙을 바깥으로 해도 이 삼각형은 일그러질 수 있다. 임성재는 “팔과 어깨로 삼각형 모양을 유지하면서 클럽을 뒤로 천천히 빼면 몸에 꼬임이 느껴진다”며 “삼각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이후 스윙이 훨씬 더 안정적으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각형을 유지하면 다운스윙 때 자연스레 무게가 실리는 ‘몸통 스윙’으로 이어진다. 팔과 함께 어깨와 몸이 돌아가고, 이는 스윙 스피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임성재가 강조하는 삼각형의 비밀이다.
임성재는 “삼각형을 유지한 뒤 클럽을 떨어뜨려 다운스윙을 해도 서두르다 보면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연습으로 자신에게 맞는 다운스윙의 템포를 찾는다면 제대로 힘이 실린 샷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