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철강에 ‘관세 폭탄’을 매기려던 미국 상무부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상무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할 때 적용하는 반덤핑 조사기법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잘못 적용했다”는 판단을 내려서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CIT는 지난 14일 현대제철과 세아제강, 넥스틸 등이 “상무부의 한국산 유정용 강관(원유 및 셰일가스 채굴에 쓰이는 파이프)에 대한 반덤핑 1차 연례재심 최종 판정이 부당하다”며 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을 공개했다. CIT는 판결문에서 상무부에 ‘특별시장상황(PMS)’ 판정을 되돌리고 반덤핑 관세율도 재산정하라고 명령했다.

韓 철강 '관세폭탄' 한숨 돌려
PMS는 수출 기업의 자국 정상 판매 가격과 미국 수출 가격 차이를 토대로 반덤핑 관세율을 산정하는 기법이다. 미 상무부가 2017년 4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최종 판정에서 넥스틸(8.04%→24.92%)과 기타 업체(5.92%→13.84%)의 반덤핑 세율을 2016년 10월 예비판정 때보다 높게 책정할 때 근거로 삼았다.

당시 상무부는 한국의 특별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세아제강 등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한국 내 정상 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한국 정상 판매가를 산정한 뒤 고율 관세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한 미 철강업계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이 미국 시장을 잠식한 배경으로 한국의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목했다. 사실상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한국산 유정용 강관이 대거 미국으로 수출되면서 현지 업체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유정용 강관은 2017년 대미(對美) 철강 수출량의 57%를 차지한 주력 수출 품목이다.

이번 CIT 판정으로 고율 관세와 쿼터(수입할당제) 도입 등 미국의 잇따른 관세 공격에 시달려온 국내 철강업체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당장 유정용 강관은 미 상무부 판정 이행 과정에서 관세율이 떨어질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상무부가 PMS를 적용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