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올해 첫 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로 다가왔다. 기준금리는 동결이 확실시된다. 시장의 관심은 그보다는 금리 결정 이후 이주열 한은 총재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 모이고 있다. 연내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있는지, 올린다면 언제가 될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제시할 예정이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기존 전망을 낮출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韓銀 올해 성장률·물가 전망 낮추나
이 총재의 입에 시장 주목

한은은 24일 금통위 전체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날 올해 경제전망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연 1.75%의 현재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금통위 결과보다 이후에 있을 이 총재의 통화정책방향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을 때만 해도 “여전히 중립금리(경기를 확장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금리)에 못 미치고 있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교역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낮춘 데 대해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약해졌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이 여전히 통화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경기 여건이 아직 괜찮은 만큼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세계 경제 침체 공포(R의 공포)가 부각되면서 이 총재의 시각은 미묘하게 변했다. 지난 2일 신년 다과회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졌으면 좋겠다”며 미국을 쫓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나타냈다. 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바깥 여건이 워낙 중요한데 우호적인 게 별로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번 금통위에서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 경기 둔화에 대한 이 총재의 우려가 더 짙어진다면 연내 금리 인상이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심화…물가 목표는 낮출 듯

한은이 24일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낮출지도 관심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올해 성장률을 2.7%, 물가 상승률은 1.7%로 각각 예상했다. 이번 발표에서 두 수치 모두 낮춘다면 국내 경기가 한은의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낮출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총재는 이달 초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가 이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 지난번에 봤던 것보다 밑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우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마지막으로 내놓은 이후 경기 여건이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통위에 앞서 22일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공개한다. 한은은 지난해 2.7% 성장을 예상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8% 이상 나와야 한다. 4분기 숫자가 이에 미치지 못해 지난해 성장률이 2.7%를 밑돈 것으로 나온다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경기 둔화가 지난해 4분기에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금통위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낮추면서 금리 인상 깜빡이를 확실하게 끄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