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2월 말 2차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북한 핵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뒤 북한 비핵화와 관련,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싼 의제 조율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관건은 2차 미·북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행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소문난 잔치’로 끝난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철을 밟는다면 북한 비핵화는 영원히 물 건너갈지도 모른다. 백악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룰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2차 회담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부분적 대북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스몰딜’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우려스럽다. 이런 수준에서 멈춘다면 한국 국민들은 북한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재앙을 맞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이번 협상과 관련,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김영철 방미 전, 미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했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미·북과 의견 조율에 나서고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1차 미·북 정상회담 전에도 한·미 간 소통 채널은 가동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불쑥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2차 회담에서는 ‘선(先)핵 폐기, 후(後)제재 해제’라는 대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우리 정부는 사전에 이를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행여라도 북한의 ICBM 폐기와 종전선언 혹은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맞교환되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핵무기·물질, 우라늄 농축 시설 위치 등을 담은 신고서와 비핵화 로드맵을 제출하게끔 압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것이 이뤄져야만 한국 정부가 진정한 한반도 중재자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