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거대한 행동주의 펀드로 변신"…기업 줄소송 사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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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공개
주주가치 훼손한 상장사에 국민연금 소송 의무화
스튜어드십 코드서 주주대표·손해배상 소송 불사 원칙
주식은 물론 회사채까지 포함…상장사 대부분이 '타깃'
수익성 제고 내세웠지만 '기업 길들이기' 우려 더 커져
주주가치 훼손한 상장사에 국민연금 소송 의무화
스튜어드십 코드서 주주대표·손해배상 소송 불사 원칙
주식은 물론 회사채까지 포함…상장사 대부분이 '타깃'
수익성 제고 내세웠지만 '기업 길들이기' 우려 더 커져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국민연금발(發) 소송 리스크에 직면했다. 국민연금이 앞으로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되면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을 불사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소송 대상에는 주식뿐 아니라 회사채도 포함됐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대부분 국민연금으로부터 소송당할 위험을 안고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재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에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활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더기 소송 사태 오나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국내 주식 수탁자 책임(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가이드라인’을 공시했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에서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이사·감사 등이 회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주주가치가 훼손된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소송 대상에는 업무집행 관여자도 포함시켰다. 이사뿐 아니라 일반 임직원이라도 문제가 된 업무에 관여했다면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다른 주주가 제기한 대표소송에 참여를 요구받은 경우에도 소송대리인 선임, 전략 수립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 때만 참여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소송을 통한 주주권행사에서 국민연금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 법령 및 규정 위반으로 기금에 손해를 끼친 기업이나 임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필요한 경우 외부감사인도 소송 대상이 된다. 소송 대상 책임은 ‘투자자로서 추궁할 수 있는 모든 손해배상책임’으로 명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거대한 행동주의 펀드로 변모하는 느낌”이라며 “승소 가능성이나 소송 실익 등을 판단해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소송 대상 범위가 너무 넓어 기업들로선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독립성 확보 선행돼야”
국민연금은 기존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왔다. 분식회계가 드러나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앞으로는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송을 의무화, 명문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도 기금운용본부가 업무상 배임 소지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실무자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문제의 소지가 조금만 있어도 소송을 남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 연기금들도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가가 아닌 정부, 노조, 시민단체, 사용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의 소송행위가 투자 관련 의사결정이 아닌 이념 논쟁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배당을 적게 하는 상장사나 이사에게 과도한 임금을 주는 기업 등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경영진의 위법행위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 등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때에도 기업과 대화 등을 시도하고, 일정 기간 개선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유창재/김우섭 기자 yoocool@hankyung.com
손해배상소송 대상에는 주식뿐 아니라 회사채도 포함됐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대부분 국민연금으로부터 소송당할 위험을 안고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재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에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활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더기 소송 사태 오나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국내 주식 수탁자 책임(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가이드라인’을 공시했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에서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이사·감사 등이 회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주주가치가 훼손된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소송 대상에는 업무집행 관여자도 포함시켰다. 이사뿐 아니라 일반 임직원이라도 문제가 된 업무에 관여했다면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다른 주주가 제기한 대표소송에 참여를 요구받은 경우에도 소송대리인 선임, 전략 수립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 때만 참여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소송을 통한 주주권행사에서 국민연금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 법령 및 규정 위반으로 기금에 손해를 끼친 기업이나 임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필요한 경우 외부감사인도 소송 대상이 된다. 소송 대상 책임은 ‘투자자로서 추궁할 수 있는 모든 손해배상책임’으로 명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거대한 행동주의 펀드로 변모하는 느낌”이라며 “승소 가능성이나 소송 실익 등을 판단해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소송 대상 범위가 너무 넓어 기업들로선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독립성 확보 선행돼야”
국민연금은 기존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왔다. 분식회계가 드러나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앞으로는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송을 의무화, 명문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도 기금운용본부가 업무상 배임 소지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실무자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문제의 소지가 조금만 있어도 소송을 남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 연기금들도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가가 아닌 정부, 노조, 시민단체, 사용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의 소송행위가 투자 관련 의사결정이 아닌 이념 논쟁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배당을 적게 하는 상장사나 이사에게 과도한 임금을 주는 기업 등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경영진의 위법행위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 등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때에도 기업과 대화 등을 시도하고, 일정 기간 개선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유창재/김우섭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