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21일 중국이 대미 무역수지를 제로(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이유로 중국 경기의 활로 모색, 정부 내수 부양책과 시너지 확대, 미국에 가시적 성과 전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김두언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오는 2024년까지 6년에 걸쳐 총 1조 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대미 무역수지를 제로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제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농산물, 에너지, 기계류 등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늘리겠다는 언급이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점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3244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제안은 상당한 규모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필사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언 연구원은 "우선 중국이 무역수지 제로를 언급한 것은 상반기 중국 경기의 추가 둔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활로를 찾기 위함"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지난 연말 중국의 수출이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이번 협상에 따라 수출의 향방이 달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과의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품목들은 항공기를 비롯한 운송수단, 농산물, 기계류 등으로 이들 품목이 중국 총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올해 중국 정부가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반등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와 기계류, 가전 등을 자연스럽게 수입 확대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며 "농산물과 항공 등도 전략적으로 수입확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1985년 플라자 합의와 다르게 미국에게 즉각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의미도 담겼다"며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는 2년에 걸쳐 50% 가가이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되는데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기 무역수지 개선을 지연시킨 요인들을 감안하면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수입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했다"며 "3월 협상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언제든 재개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