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지도부 연구자 "미국에선 `김영철 역효과' 의견 일치"
북한의 대미 전략가로 김성혜 주목…"김정은이 신뢰하는 듯"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측 상대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서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고 미국의 북한 지도부 전문 연구자가 전망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후 김영철, 리수용이나 리용호로 교체될 수도"
미국해군연구소(CNA)의 북한프로그램 일원인 사라 보글러 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영철이 이번 방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김정은이 김영철을 북미관계에서 떼어놓는 정지작업을 시작했다는 징후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했을 때 김영철은 면담 전 인사 때와 면담 후 만찬에만 참석하고 공식 면담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만 배석함으로써 김영철에 대한 미국 측의 거부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7월 방북 때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글러는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 방북 때 30시간 가까이 북한에 머물면서 김영철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 방안을 두고 회담했으나 핵신고-종전선언을 두고 충돌만 벌인 채 김 위원장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해 북미 협상의 교착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보글러는 "미국에선 김영철이 북미관계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해 처음엔 그럴 수도 있다고 봤지만, 계속 김영철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역효과를 낸다는 데 의견이 점점 모이고 있다"며 폼페이오-김영철간 7월 충돌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김영철은 대남관계를 관장하는 통일전선부장이지 노련한 외교관이 아닐 뿐더러, 전직 정찰총국장으로서 천안함 사건과 소니사 해킹 사건 등에 연루됐다.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 양측의 제재 명단에도 오르는 등 "그의 존재는 도리어 반감을 사는" 인물이라고 보글러는 지적했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예민한 협상에 김영철을 계속 포함하는" 목적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들로 "대미 협상을 할 용의가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이빨을 드러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글러는 해석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나 남북 정상회담들에서 미소짓는 김여정과 북한의 대외 강경노선의 상징인 김영철을 나란히 등장시킨 것 역시 남한 측에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도 김 위원장은 대미 관계에 취하는 어떤 행동이나 합의에 대해서든 군부를 비롯한 북한의 정치 엘리트들을 설득하려면 외교관들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김영철이 필요하다고 보글러는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북미 협상에서 김영철이 리수용이나 리용호로 교체되더라도 "이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취향에 맞추려는 것으로 해석해선 안되며, 단지 그의 계산법이 바뀌었고 정권 내부 상황이 더 이상 김영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영철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배석한 북한 측 인물 3인 가운데 김성혜 통전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을 가리켜 "통전부내 핵심 전략가이자 아마도(potentially) 김정은이 북미관계를 궤도에 다시 올릴 것이라고 진정 신뢰하는 전략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