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품 기업 현장방문…"10년·20년짜리 R&D 필요"
기재차관 "금감원, 개선안 못지키면 공공기관 지정은 원칙대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21일 금융감독원이 정부가 요구한 개선안을 지키지 못했다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를 위한 10년, 20년짜리 R&D(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도 강조했다.

구 차관은 이날 대전 유성구의 스마트폰 부품 기업 H&S하이텍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단기 성과를 위해 작은 사업 위주로 R&D가 이뤄지다 보니 국가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큰 프로젝트가 적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 차관은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지금의 R&D 시스템만으로는 제대로 된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연구 과제도 1억∼2억 단위로 쪼개지는 경우가 많아 R&D 투자 효율성도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구 차관은 고위험 혁신형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R&D 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 차관은 후속 투자의 중요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목표를 냈다고 지원을 '일몰 처리'해 중단하는 것보다는 후속 투자를 지속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연구소 등을 상대로 한 순수 R&D 외에도 산업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문제 해결형 R&D'에도 별도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뜻도 피력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연구기관 R&D 혁신방안도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구 차관은 "우리는 연구·개발을 통해 전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개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며 "기업·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개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차관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와 관련 "우리가 얘기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원칙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지정 결정을 유보하면서 내건 개선안의 충족 여부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월말 2018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금감원에 대해선 채용 비리 근절대책 마련, 비효율적 조직 운영 개선 등을 조건으로 '지정유보' 결정을 내렸다.

공운위는 이달 30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