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주요국 정부의 화웨이 5세대(5G) 장비 보이콧이 이어지면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주목된다. 화웨이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자 매출 및 수익성 감소를 우려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 정부가 국가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한 뒤 영국 독일 일본 등도 뒤따르면서 화웨이는 사면초가 상태다.

'진퇴양난' 中 화웨이 "보이콧 계속되면 감원"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런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성과가 부족한 임직원을 해고해 노동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 년 동안 화웨이의 전반적인 상황이 생각만큼 밝지 않다”며 “고난의 시간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런 회장은 “지난 30년간 화웨이는 파괴적인 방식으로 확장해왔지만 5G는 4세대(4G) 사업 때처럼 쉽게 확장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해외 법인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며 “승리하기 위해 조직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 인민군 장교 출신인 런 회장은 이메일에 군대식 용어를 사용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뢰가 어디에 깔려 있는지 모른다”며 “모든 곳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화웨이는 직원 18만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임금과 배당금이 연 300억달러를 넘는다”고 전했다. 화웨이 매출은 지난해 기준 100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런 회장은 지난해 11월 “바위 같은 길이 앞에 놓여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로 불렸던 런 회장은 지난 15일 외신들과 4년 만에 인터뷰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정부의 강한 압박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런 회장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며 미·중 무역전쟁에서 화웨이는 ‘참깨 씨’에 불과하다”며 몸을 낮췄다. 또 중국이 비밀 정보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노(No)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일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된 이후 안보 문제를 이유로 세계 각국의 화웨이 장비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가 5G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