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동부에선 최근 화학공장 수백 개가 문을 닫았다.’ ‘광둥성 남동부 공장지대에선 일거리가 없어 어슬렁거리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최근 중국 경제의 한 단면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제가 식어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1일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경제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 인구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부와 민간부채가 급속히 늘면서 경기부양책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소비·수출 줄줄이 부진

중국 경제성장률은 정부 발표를 봐도 뚜렷한 하향 추세다. 2010년 10.6%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9.5%로 떨어졌고 2012년 7.9%로 하락했다. 2015년부터는 6%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6.8%에서 2분기 6.7%, 3분기 6.5%, 4분기 6.4%로 계속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1분기(6.4%)와 같은 수준이다.

생산·소비·수출 등 주요 지표도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하는 데 그쳐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12월엔 5.7%로 소폭 회복됐지만 11월을 제외하면 연중 최저였다.

소매판매 증가율 역시 지난해 11월 8.1%로 15년 만에 최저였다. 내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자동차 판매는 13.9%나 줄었다. 판매 감소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스마트폰 출하도 18.0% 감소했다. 12월 소매판매 증가율 역시 8.2%로 11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15.6%에서 11월 5.3%로 떨어진 뒤 12월엔 4.4%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해 투자 증가율도 5.9%로 전년도 7.2%보다 크게 낮아졌다.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가율이 19.0%에서 3.8%로 수직으로 추락했다.
무역전쟁에 '고령화 쇼크'까지…"中 경제, 6%대 성장도 어렵다"
저출산에 소비 기반 약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본격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경제지표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등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이 수출에 직접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주가 하락 등으로 투자 및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이토 나오토 다이와증권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휴대폰 수요 부진 등이 중국 수출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인 소비수요 감소 우려도 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출생아 수는 1523만 명으로 전년보다 200만 명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은 10.94명으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인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무역전쟁 속에서도 수출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소비가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는 전년보다 2.8% 줄면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스마트폰 판매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채 늘어 경기부양에 한계

올해 중국 경기는 한층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3%로 전망했다. UBS 등 일부 투자은행은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중국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 경제가 이제 바오류(保六: 6%대 성장률 유지)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선 2%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에서 6%대 초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감세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고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 정부와 민간 부문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7년 말 기준 47.8%로 5년 만에 10%포인트 넘게 상승하는 등 증가 속도가 빠르다. 정부 기업 가계를 합친 총부채는 GDP의 250~300%로 미국보다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