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1일 부산 남천동 한국당 부산시당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1일 부산 남천동 한국당 부산시당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달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출마 후보자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후보 등록 전인데도 10명이 난립하는 데다 현역의원을 포함한 주요 당직자도 유력 주자에게 ‘줄서기’하는 등 과열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년도 총선 공천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별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보수 텃밭’ 영남에서 첫 격돌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정우택 의원 등 주요 당권주자는 21일 일제히 ‘전국 투어’에 돌입하며 세 과시에 나섰다. 이들이 첫 방문지로 달려간 곳은 공교롭게도 보수지지층 근거지인 영남이었다.

오 전 시장의 첫 일정은 한국당 경남도당이 있는 창원이었다. 창원상공회의소와 원전 관련 용역업체를 방문하는 등 ‘경제 행보’도 빼놓지 않았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가장 피해가 큰 곳이 부산·경남 지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 라이벌로 통하는 황 전 총리에 대해선 “선거운동 기간 그분의 비전과 정치적 역량이 검증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의 ‘심장’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으로 첫발을 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황 전 총리의 지지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대구시당 여성정치아카데미 신년교례회, 경북도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시당을 방문한 그는 이어 부산유엔기념공원을 찾아 헌화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황 전 총리는 “대구 경기가 다른 지역보다 특히 더 어렵다고 들었다”며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할 때 투자·생산·소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해 지역 정서를 자극했다. 황 전 총리는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지만 “자유 우파가 힘을 합쳐 나라의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출마를 거의 공식화했다.

홍준표, 김병준 ‘변수’까지

정 의원은 당권주자 가운데 4선 중진 현역의원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부산 공략에 나섰다. 정 의원의 출생지인 데다 충성도 높은 당원이 대구·경북 다음으로 많은 부산에서 지지세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부산 수영·금정·부산진·북·강서구를 잇달아 방문해 부산 지역 당원들을 만났다. 다음날에는 경남 양산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원내에서 김진태·심재철·안상수·주호영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혀 이번주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도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견제와 상호 비판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홍준표 전 대표는 오는 30일 출마 여부를 공식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이를 두고 “이번 전대는 (홍 전 대표가) 6·13 지방선거에서 대참패한 뒤 물러나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밥 지어 놓으니 숟가락만 들고 덤비는 사람들을 보니 기가 막힌다”는 말로 되받아쳤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말도 안 된다”며 당권 출마에 선을 그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전당대회가 현재 구도로 가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그 결과가 수도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여러 가상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 난립에 ‘컷오프’ 불가피

영남권이 첫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는 충성도 높은 당원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을 모두 합하면 15만 명에 달하는 전체 책임당원 수의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상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국 선거에서 모두 1표를 행사한다. 전체 선거인단의 70%에 달해 당락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표심이다.

후보들은 본격적인 전국 순회 일정에 들어간다. 다음 격전지는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충청·중부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 전 시장과 황 전 총리는 출신지가 서울인 관계로 특정 지역색이 없다”며 “당원 수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동선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북 청주가 지역구인 정 의원 측은 중부권 표심에 많은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당권 경쟁 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당내 지지그룹도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황 전 총리는 김기선·민경욱·박대출·박완수·엄용수·추경호 의원 등 초·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오 전 시장에겐 김용태 사무총장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8년여 전 서울시장 재직 당시부터 호흡을 같이한 측근 인사들과 함께 국회 인근에 캠프 사무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충청권 의원들과 중립지대 현역의원·당협위원장들의 표심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