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대통령 문화 바꾸는 데 역할 불구 행정 혼란도 우려"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보면서 적절한 시기 다시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을 사실상 백지화한 데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부분은 제가 말씀을 한번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뗀 뒤 경제 상황과 행정적인 혼란 등을 감안해 공약을 보류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의 세종 이전과 연계해 구상하고 공약했던 것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행안부 이전으로) 정부서울청사에 이 정도 공간이 날 기회가 이 시기 말고는 없기 때문에 그 계기에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공약했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옮길 수 있는 것은 대통령 집무실·비서실이고, 본관·영빈관 같은 의전 공간과 헬기장·지하벙커 등은 옮길 수 없어 계속 사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비서실만 옮긴다 해도 청와대나 북악산은 훨씬 더 많이 개방할 수 있고, 특히 경호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출퇴근하는 대통령을 국민께서 보면 대통령 문화를 바꾸는 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당히 의미 있고 역점을 뒀던 공약인데 실제로 검토하니 경제가 아주 엄중한 이 시기에 많은 리모델링 비용을 사용하고 이전하게 되면 그로 인한 행정상의 불편·혼란도 상당 기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도 "이를 감수하고라도 굳이 이전을 꼭 할 만큼 우선순위가 있는 과제인지 국민께서 과연 공감해 주실까 하는 점에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집무실 이전 공약은 당분간 보류하고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을 봐가며 적절한 시기에 다시 판단하려 한다"며 "이런 점에 대해 국무위원들께서 그 배경을 공유해 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앞서 유홍준 대통령 광화문시대 자문위원은 지난 4일 경호·의전상의 문제와 함께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 이후 장기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