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꺾이고, 인건비 폭탄 못 버텨"…車·스마트폰 부품社 '눈물의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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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파산·회생신청 역대 최대
조선·기계 등 주력산업 부진에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
지난해 기업 파산신청 807건으로 급증…하루 2건 넘어
"완성차 부품社들, 업종전환 고려할 정도로 경쟁력 악화"
조선·기계 등 주력산업 부진에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
지난해 기업 파산신청 807건으로 급증…하루 2건 넘어
"완성차 부품社들, 업종전환 고려할 정도로 경쟁력 악화"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2차 협력업체 A사는 시장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돌면서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다. 부품 주문 물량은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관리비는 늘어나면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A사는 급기야 1차 협력업체인 B사가 발주한 주문을 반납하며 자사 설비를 인수해주지 않으면 ‘법인 파산’을 신청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A사와 같이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들이 법원에 파산 및 회생을 신청한 건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도 자동차와 스마트폰 부품업체의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기존 법정관리행(行)이 잦았던 조선 철강 기계업체뿐만 아니라 주력산업 업체마저 시장에서 줄도산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줄도산
22일 법원에 따르면 전년 대비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증가한 곳은 광주지법(증가율 100%), 창원지법(34%), 인천지법(28%), 대전지법(20%), 서울회생법원(15%) 순이었다. 회생신청도 울산지법(54%), 광주지법(52%), 창원지법(37%), 인천지법(25%), 서울회생법원(20%) 등에서 급증했다.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 법원들에서 기업들의 파산 및 회생 신청이 크게 증가한 것은 자동차와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의 업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파산부 판사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금문산업과 다이나맥을 비롯해 한국GM의 1차 협력사 이원솔루텍, 자동차 주물업체 동진주공, 베어링 전문기업 나노믹, 자동차 금형기업 엠티코리아 등 2~3차 협력사들이 잇따라 법인 회생을 신청했다.
한 법정관리 전문가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에도 전기차에 장착할 수 없는 내연기관 위주의 제조 기반을 갖춘 업체들은 업종 전환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시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 1차 협력사 리한은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다.
올해에도 자동차 부품업체의 회생·파산신청은 급증할 전망이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지난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리며 1년 넘게 고전해온 완성차업계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부품업체의 생존위기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부품사는 ‘완성차업계 판매 부진→공장 가동률 하락→영업이익 급감 또는 적자 전환→금융권의 대출 회수 및 신규 대출 중단→자금난’이란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있다.
은행권이 어음 할인 및 기존 대출 상환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등 ‘돈줄’을 죄고 있는 것도 자동차 부품업체의 회생 및 파산신청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은행 등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말 기준 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엔 스마트폰 부품사 신청 몰려
서울 인천 수원 등에서는 스마트폰과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전자부품업종의 회생 및 파산 신청이 많았다. 한 파산 전문가는 “인천 남동공단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은 전자부품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관련 기업들도 실적이 나빠졌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스마트폰의 모바일용 렌즈모듈 공급사인 해성옵틱스는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40% 감소했다. 무선충전모듈 제조업체인 아모텍 역시 영업이익이 85% 줄었고 카메라 렌즈 부품업체인 자화전자도 44% 감소했다. 휴대폰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대덕GDS는 적자전환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한영 관계자는 “주력 산업의 업황 부진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며 “업종 전환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이 많아져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창원·인천·울산·광주지역의 경우 조선, 중공업, 기계, 철강 등의 전통적인 ‘중후장대’ 기업들의 파산 및 회생신청이 많았다. 한때 세계 10위권 조선소로 꼽혔던 성동조선해양은 작년 회생절차를 밟으며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해상용 크레인 업체 디엠씨, 해양플랜트용 강관업체 스틸플라워 등 상장기업 역시 오랜 업황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안대규/장창민/황정환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지난해 A사와 같이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들이 법원에 파산 및 회생을 신청한 건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도 자동차와 스마트폰 부품업체의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기존 법정관리행(行)이 잦았던 조선 철강 기계업체뿐만 아니라 주력산업 업체마저 시장에서 줄도산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줄도산
22일 법원에 따르면 전년 대비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증가한 곳은 광주지법(증가율 100%), 창원지법(34%), 인천지법(28%), 대전지법(20%), 서울회생법원(15%) 순이었다. 회생신청도 울산지법(54%), 광주지법(52%), 창원지법(37%), 인천지법(25%), 서울회생법원(20%) 등에서 급증했다.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 법원들에서 기업들의 파산 및 회생 신청이 크게 증가한 것은 자동차와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의 업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파산부 판사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금문산업과 다이나맥을 비롯해 한국GM의 1차 협력사 이원솔루텍, 자동차 주물업체 동진주공, 베어링 전문기업 나노믹, 자동차 금형기업 엠티코리아 등 2~3차 협력사들이 잇따라 법인 회생을 신청했다.
한 법정관리 전문가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에도 전기차에 장착할 수 없는 내연기관 위주의 제조 기반을 갖춘 업체들은 업종 전환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시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 1차 협력사 리한은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다.
올해에도 자동차 부품업체의 회생·파산신청은 급증할 전망이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지난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리며 1년 넘게 고전해온 완성차업계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부품업체의 생존위기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부품사는 ‘완성차업계 판매 부진→공장 가동률 하락→영업이익 급감 또는 적자 전환→금융권의 대출 회수 및 신규 대출 중단→자금난’이란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있다.
은행권이 어음 할인 및 기존 대출 상환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등 ‘돈줄’을 죄고 있는 것도 자동차 부품업체의 회생 및 파산신청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은행 등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말 기준 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엔 스마트폰 부품사 신청 몰려
서울 인천 수원 등에서는 스마트폰과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전자부품업종의 회생 및 파산 신청이 많았다. 한 파산 전문가는 “인천 남동공단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은 전자부품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관련 기업들도 실적이 나빠졌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스마트폰의 모바일용 렌즈모듈 공급사인 해성옵틱스는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40% 감소했다. 무선충전모듈 제조업체인 아모텍 역시 영업이익이 85% 줄었고 카메라 렌즈 부품업체인 자화전자도 44% 감소했다. 휴대폰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대덕GDS는 적자전환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한영 관계자는 “주력 산업의 업황 부진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며 “업종 전환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이 많아져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창원·인천·울산·광주지역의 경우 조선, 중공업, 기계, 철강 등의 전통적인 ‘중후장대’ 기업들의 파산 및 회생신청이 많았다. 한때 세계 10위권 조선소로 꼽혔던 성동조선해양은 작년 회생절차를 밟으며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해상용 크레인 업체 디엠씨, 해양플랜트용 강관업체 스틸플라워 등 상장기업 역시 오랜 업황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안대규/장창민/황정환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