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를 빚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물러나게 하는 ‘주민소환제’ 투표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만 개표할 수 있는 규정이 사라진다. 정책을 추진할 때 주민의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요건도 이와 동일하게 바뀐다. 외유 중 폭행사건으로 사퇴 요구에 직면한 경북 예천군 박모 의원 등의 의원직 박탈이 현재보다 쉬워지는 것이다. 2011년 8월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끝난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사태도 재연되지 않을 전망이다. 온라인 주민투표 및 주민소환제도 도입된다.
주민소환·투표 때 1명만 투표해도 무조건 개표
주민소환 걸림돌 ‘투표율’ 삭제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법 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유명무실했던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를 활성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민소환은 2007년 도입 후 11년여간 8건밖에 시행되지 않았다. 소환에 성공한 경우도 2명에 불과하다.

개정안은 주민소환 개시 절차인 서명 동의 요건을 자치단체 인구별로 차등화했다. 현재 시장·도지사는 유권자 10%, 지방의원은 20% 서명 동의를 받아야 지방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를 부칠 수 있다. 앞으로는 인구 5만 명 이하, 5만~10만 명 이하, 10만~50만 명 이하 등으로 서명 동의 요건을 세분화한다.

주민소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개표 요건은 없앤다. 현재는 투표수가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하면 투표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앞으로는 투표율이 얼마가 되든 상관없이 무조건 투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투표율을 3분의 1 이하로 낮춰 투표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정치 작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하고, 해당 찬성표가 총 유권자 수의 4분의 1을 넘어야만 소환이 확정된다. 소수의 의견 몰이로 소환이 결정되지 않게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온라인 주민투표도 가능해진다

주민투표 서명 요건은 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개표 요건 폐지 등 나머지 요건을 모두 주민소환제와 동일하게 개정한다. 주민투표제 역시 2004년 도입 후 8건밖에 시행되지 않았다.

이르면 2022년부터 온라인 주민투표 및 소환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서명 동의를 집집마다 방문해 이름과 주소 등을 자필로 직접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 시작 자체가 어려웠고 무효로 처리되는 서명도 부지기수였다. 행안부는 온라인 공인인증을 거쳐 주민투표를 청구하고 처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온라인 투표는 관련법 통과 후 2년 뒤 시행이 목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