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한 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민주당 ‘잠룡’ 정치인들은 잇따라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의 극심한 대치 정국은 정치 신인들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사진)은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인 이날 미국ABC방송에 출연해 대선 출마를 발표했다. 그는 스스로 유색인종과 여성을 대표하는 후보라고 강조해왔다. 자메이카와 인도계 혈통의 여성 의원인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뒤 2016년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예다.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도 전국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반(反) 트럼프 연설에 나섰다. 같은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州) 컬럼비아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데이’ 행사엔 2020년 대선 출마가 유력시 되는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주)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이 참석했다. 두 의원은 행사장에서 각각 미국의 교육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설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조기 투표 지역으로, 남부의 흑인 표심을 가장 먼저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유력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다. 앞서 대선 출마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메사추세츠)과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주) 역시 각각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데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금까지 2020년 미국 대선 출마 입장을 공식화했거나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민주당 대선 주자는 40명에 이른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보통은 대선 전 해의 5~6월에 출마 발표가 집중되지만, 이번엔 대선 주자들이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타임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등록한 2020년 대선 예비 후보자 수는 450명을 넘어섰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