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황제 아파트의 굴욕…줄줄이 '20억 클럽'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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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리체 전용 84㎡는 20억 선 깨져
"4월 공시가격 발표 후 매도압력 ↑"
"4월 공시가격 발표 후 매도압력 ↑"
서울 아파트값이 10주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요 단지들의 매매가격 앞자리수도 하나둘 바뀌고 있다. 강남에선 20억원을 넘던 전용면적 84㎡의 가격이 10억원대로 떨어지는 단지가 나왔다. 지난해 여름 잇따라 ‘10억 클럽’에 가입했던 비(非)강남 주요 단지들의 매매가격도 줄줄이 한자릿수로 내려앉고 있다.
◆‘황제 아파트’의 굴욕
22일 법원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감정가 23억원의 반포동 ‘래미안퍼스트지’ 전용 84㎡ 신건이 지난 16일 첫 입찰에서 유찰됐다. 같은 면적대의 마지막 실거래는 지난해 9월 27억원이다. 당시보다 4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경매로 나왔지만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오는 3월 2회차 입찰에선 최저입찰가격이 18억4000만원으로 내려간다. 한 경매 전문가는 “권리관계가 복잡해 액면 그대로의 가격으로 볼 순 없지만 결국 정상 매매로 처분되지 않아 경매에 나온 것”이라며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래미안퍼스티지가 경매에 나온 건 2년 7개월 만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번 경매의 최종 낙찰가격이 20억원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이 아파트 전용 84㎡가 일반 매매시장에서 20억원 아래로 거래된 건 2017년 연말이 마지막이다. 소형~대형 면적대가 고르게 배치된 아파트 가운데 가격이 가장 높았던 까닭에 그동안 강남 집값의 척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20억원 선이 무너진 단지도 나온다. 인근 ‘반포리체’ 전용 84㎡는 지난해 9월 최고 22억3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11월 19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엔 19억원대 급매물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거래가 경색되면서 이 같은 기류는 강남 전방위로 확산되는 중이다. 삼성동 ‘힐스테이트2단지’ 전용 84㎡의 최근 호가가 18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13 대책’을 전후로 20억9000만원까지 거래됐던 물건이다.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같은 면적대는 지난달 최고 20억8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호가가 2000만~5000만원씩 빠지고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전세 12억원을 낀 급매물이 19억원에 나온 게 있다”고 소개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작년 9월 반포·잠원·서초·대치동 등의 신축 아파트 전용 84㎡가 입지에 따라 20억~31억원대에 거래됐다”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20억원를 지키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억 클럽’ 들자마자…
‘갭 메우기’로 강남을 좇던 비강남 아파트는 줄줄이 10억원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집코노미가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 연말부터 이달까지 서울에서 9억원대에 거래된 고가 아파트 가운데 전용 84㎡는 모두 13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5건은 최근 ‘10억 클럽’에서 이탈한 단지들이다.
신길동 ‘래미안영등포프레비뉴’ 전용 84㎡는 2억원 이상 내렸다. 지난해 9월 11억2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썼지만 이달 초엔 같은 주택형 저층이 9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사당동 ‘이수역리가’는 8억7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매매가격이 지난해 여름 고점 대비 2억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고점을 뚫던 마곡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곡엠밸리8단지’ 전용 84㎡는 최근 9억9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억원 선을 뚫은 지 넉 달 만이다. 답십리동 ‘답십리래미안위브’와 구의동 ‘구의현대2단지’의 매매가격도 10억원 밑으로 돌아갔다. 소형 면적대인 전용 59㎡가 10억원을 넘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주요 단지 집값도 예전만 못하다. 도심에 들어선 데다 교통이 편리해 인기가 높은 ‘공덕래미안5차’ 전용 59㎡는 지난달 9억4000만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 여름 상승분을 반납했다.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같은 면적대는 최근 9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최고 11억원까지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금호동 일대 재건축 단지를 중개하는 B공인 관계자는 “강남 집값이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북 인기 주거지역에서도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오는 4월 개별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발표가 집값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율이 오르는 데다 공동명의 또한 각자 한 채로 계산되면 매도 압력이 높아져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보유세 부담과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로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부동산에 투자수요가 감소했다”며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황제 아파트’의 굴욕
22일 법원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감정가 23억원의 반포동 ‘래미안퍼스트지’ 전용 84㎡ 신건이 지난 16일 첫 입찰에서 유찰됐다. 같은 면적대의 마지막 실거래는 지난해 9월 27억원이다. 당시보다 4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경매로 나왔지만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오는 3월 2회차 입찰에선 최저입찰가격이 18억4000만원으로 내려간다. 한 경매 전문가는 “권리관계가 복잡해 액면 그대로의 가격으로 볼 순 없지만 결국 정상 매매로 처분되지 않아 경매에 나온 것”이라며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래미안퍼스티지가 경매에 나온 건 2년 7개월 만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번 경매의 최종 낙찰가격이 20억원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이 아파트 전용 84㎡가 일반 매매시장에서 20억원 아래로 거래된 건 2017년 연말이 마지막이다. 소형~대형 면적대가 고르게 배치된 아파트 가운데 가격이 가장 높았던 까닭에 그동안 강남 집값의 척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20억원 선이 무너진 단지도 나온다. 인근 ‘반포리체’ 전용 84㎡는 지난해 9월 최고 22억3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11월 19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엔 19억원대 급매물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거래가 경색되면서 이 같은 기류는 강남 전방위로 확산되는 중이다. 삼성동 ‘힐스테이트2단지’ 전용 84㎡의 최근 호가가 18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13 대책’을 전후로 20억9000만원까지 거래됐던 물건이다.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같은 면적대는 지난달 최고 20억8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호가가 2000만~5000만원씩 빠지고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전세 12억원을 낀 급매물이 19억원에 나온 게 있다”고 소개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작년 9월 반포·잠원·서초·대치동 등의 신축 아파트 전용 84㎡가 입지에 따라 20억~31억원대에 거래됐다”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20억원를 지키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억 클럽’ 들자마자…
‘갭 메우기’로 강남을 좇던 비강남 아파트는 줄줄이 10억원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집코노미가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 연말부터 이달까지 서울에서 9억원대에 거래된 고가 아파트 가운데 전용 84㎡는 모두 13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5건은 최근 ‘10억 클럽’에서 이탈한 단지들이다.
신길동 ‘래미안영등포프레비뉴’ 전용 84㎡는 2억원 이상 내렸다. 지난해 9월 11억2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썼지만 이달 초엔 같은 주택형 저층이 9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사당동 ‘이수역리가’는 8억7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매매가격이 지난해 여름 고점 대비 2억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고점을 뚫던 마곡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곡엠밸리8단지’ 전용 84㎡는 최근 9억9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억원 선을 뚫은 지 넉 달 만이다. 답십리동 ‘답십리래미안위브’와 구의동 ‘구의현대2단지’의 매매가격도 10억원 밑으로 돌아갔다. 소형 면적대인 전용 59㎡가 10억원을 넘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주요 단지 집값도 예전만 못하다. 도심에 들어선 데다 교통이 편리해 인기가 높은 ‘공덕래미안5차’ 전용 59㎡는 지난달 9억4000만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 여름 상승분을 반납했다.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같은 면적대는 최근 9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최고 11억원까지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금호동 일대 재건축 단지를 중개하는 B공인 관계자는 “강남 집값이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북 인기 주거지역에서도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오는 4월 개별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발표가 집값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율이 오르는 데다 공동명의 또한 각자 한 채로 계산되면 매도 압력이 높아져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보유세 부담과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로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부동산에 투자수요가 감소했다”며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