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ICBM 폐기 '핵동결'-상응조치 '스몰딜' 조율결과 주목
폼페이오 "아직 할 일 많아" 장기전 모드 재확인…'디테일 협상' 관건
폼페이오 "민간영역, 중요한 플레이어 될 것"…제재완화 문제 맞물려 관심
"스웨덴서 좀 더 진전" 北美 '첫단추' 뀄나…민간투자 '역할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지난 19∼21일 스웨덴에서 진행된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협상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 북미 간에 의미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을지 주목된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한 민간투자를 거론하며 '민간영역 역할론'을 꺼내 대북제재 완화와 맞물려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위성 연결로 진행한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연설 직후 문답에서 스웨덴에서 열린 '합숙 담판'에 대해 "조금 더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협상의 과정을 거치면서 "2월 말까지 또 하나의 좋은 이정표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 섞인 전망을 했다.

스웨덴 실무협상 결과와 관련해 미 당국자가 공개적 언급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의 주고받기 조합을 둘러싸고 어느 정도 접점이 마련됐는지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또는 해외 반출과 영변 핵 사찰·폐기'와 '개성공단 재개 등과 맞물린 일부 제재완화' 카드를 맞교환하는 '스몰 딜' 방안이 무게 있게 거론돼 왔다.

특히 미국이 협상진행 과정에서의 핵연료 물질 및 핵무기 생산 동결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핵 동결' 카드가 부상하면서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세부조율이 이뤄졌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협 감소', '미국민의 안전'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강조한 것도 미국이 핵 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 폐기를 '출구'로 하는 단계적 비핵화 프로세스 쪽으로 무게이동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언급도 '핵 동결'과 연결지을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양측이 핵 동결 원칙에 공감한다 해도 구체적인 동결 대상 합의 및 이에 대한 사찰·검증 등을 놓고는 여전히 '디테일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도 장기전 모드를 재확인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지난주 방미 당시 다양한 협상 채널을 통해 북미 정상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그렸던 비핵화의 밑그림을 달성하기 위한 '복잡한 이슈들'(the complicated issues)의 일부에 대해 논의했다며 "아직도 할 일이 몹시(awfully)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비핵화 및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 평화를 달성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언급한 '민간 부문 역할론'이 북미 간 비핵화 실행조치-상응 조치 간 접점 찾기에서 하나의 고리가 될지 주목된다.

개성공단 재개 등과 맞물려 '적정 시점에서의 민간투자'를 고리로 북미 간 최대 난제인 제재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돌파구 마련 시 민간 영역의 기여 가능성'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지금은 민간영역이 할 역할이 크지 않다"면서도 "비핵화 달성을 향한 실질적 조치를 하고 올바른 여건을 조성한다면"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전기 공급,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서 민간 부분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부적 요소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북한의 경제적 성장 달성을 위해 "막대한 민간 부문의 진출"이 있을 것이라는 게 폼페이오 장관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민간 부문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면 북한에 투자하고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러한 민간 부문이 북미 간 합의사항을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민간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언급한 대규모 투자를 통한 민간 부문 역할론은 미국이 그동안 거론해왔던 '비핵화시 경제발전 지원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민간투자가 가능하기 위해선 이를 가로막는 대북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점에서 제재 문제가 북미 간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현 시점에서 새삼 그 함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장관이 이날 대북 민간투자의 전제조건으로 거론한 '비핵화 달성을 향한 실질적 조치 및 올바른 여건 조성'을 놓고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에 비해 다소 문턱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핵 폐기라는 최종 종착지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실행조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경우 민간투자를 매개로 제재 부분을 일부라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성공단 재개와도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결국 스웨덴 협상을 토대로 앞으로 이어질 후속 협상에서 전개될 '디테일 싸움'의 향배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