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김영철 워싱턴 방문때 동행…"복잡한 의제 일부 논의"
최선희와 역할분담 주목…북미 실무협상 라인업 변화 예고
폼페이오 "비건 새 카운터파트 지명돼" 언급 주목…김혁철 관측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새로운 카운터파트와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북측이 통보한 비건 특별대표의 새 협상 상대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지낸 김혁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2월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실무협상 라인업의 변화가 주목된다.

비건 특별대표가 2박 3일간 스웨덴에서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과 '합숙 협상'을 가진 상황에서 나온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은 2차 핵담판 조율을 이어갈 북미 실무채널의 북측 라인업 일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이 지난 19∼22일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두문불출한 채 '합숙 담판'을 벌이고 일단 헤어지면서 이후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후속 협상도 두 사람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위성 연결로 진행한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연설 직후 문답에서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김영철이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당시 추가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했을 뿐 아니라 비건 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비건 대표와 새로운 카운터파트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사항 성사를 위한 복잡한 의제 중 일부를 논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수의 외교가 인사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인사는 김혁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혁철은 스페인 주재 초대 북한대사로 활동하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2017년 추방됐다.

북측은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 기간 김혁철을 비건 특별대표의 새로운 협상 상대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 주 두 사람의 '상견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트위터에 공개한 면담 사진에 따르면 김혁철은 김성혜 통전부 실장, 박철 전 주유엔 북한 대표부의 동포 담당 참사관 등과 함께 지난 18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 면담에 참석했다.

이번에 김 부위원장과 방미한 북측 인사 가운데 김성혜 통전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직무대행은 지난해 1차 방미 때에도 동행한 반면 김혁철, 박철은 이번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뉴 페이스'로 꼽힌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8일 밤 스웨덴으로 떠나기 전 김 부위원장 일행이 머문 듀폰서클 호텔에 장시간 머문 바 있다.

그는 당시 오후 6시가 넘어 호텔을 나오면서 "좋은 논의를 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만일 '비건-김혁철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스웨덴에서 가동된 '비건-최선희 라인'은 어떻게 되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성김-최선희 라인'이 가동된 데 이어 지난해 8월 비건 특별대표가 임명되면서 '비건-최선희 라인'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북미간 교착 상황의 여파로 이 채널은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에 스웨덴에서 비로소 이뤄졌다.

최 부상도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북미 협상 라인간 역할분담과 재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최종 라인업의 윤곽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의제를 조율한 '성김-최선희 라인'과 의전 등 로지스틱스(실행계획)를 조율한 '조 헤이긴-김창선 라인' 등 투트랙으로 실무협상이 진행된 바 있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인사는 "실무협상 라인에 변화가 생기는 조짐이 감지되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라인업이 어떻게 짜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