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오너家 12년간 배당금 4000억 챙겨가
"'적절한 이익분배' 배당 취지 무색 우려"
내수시장 침체로 핵심사업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너 일가가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을 챙긴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서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서는 지난해 결산으로 주당 700원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690억원이다.
동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8% 줄어든 1199억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한 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한 셈이다. 배당성향은 57% 수준으로 지난해 코스피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인 18.3%보다 3배 이상 높다.
동서의 높은 배당 정책은 2003년 이후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실적의 증감을 따지지 않고 총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게 특징이다.
동서의 고배당금은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전(前) 동서그룹 회장,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3세 김종희 동서 전무 등 오너 일가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소액주주가 적은 탓이다.
이들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약 67.24%의 동서 지분을 갖고 있다. 소액주주의 지분은 24.54%에 불과하다. 첫 배당을 시작한 2003년에도 오너 일가의 지분은 68%에 달했다.
이들은 높은 지분을 통해 ▲2007년 160억원 ▲2008년 181억원 ▲2009년 201억원 ▲2010년 240억원 ▲2011년 272억원 ▲2012년 323억원 ▲2013년 367억원 ▲2014년 402억원 ▲2015년 444억원 ▲2016년 448억원 ▲2017년 466억원의 배당을 받았고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올해 464억원을 가져간다. 최근 12년간 오너 일가가 받아간 배당금만 397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동서의 핵심 사업이 내수 부진 여파로 이미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동서의 높은 배당 재원은 '알짜 계열사'인 동서식품에서 나온다. 동서가 지분 50%, 미국 크래프트사가 나머지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로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는 부동의 1위 업체다.
동서식품이 동서와 미 크래프트사에 높은 배당을 주고, 이 배당금이 밑바탕이 돼 동서는 다시 오너 일가에게 고배당을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이미 2012년 1조2000억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에는 8400억원, 지난해에는 7000억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7년 만에 시장이 40%나 쪼그라 들었다.
이는 커피전문점과 디저트음료 시장이 커지고, 가정에서 직접 제조해서 마시는 '홈 카페' 형태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합작회사인 미국 크래프트의 반대로 커피믹스의 해외 수출길 마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동서의 대표 상표 '맥심'이 크래프트의 브랜드를 빌린 탓이다.
이 때문에 동서식품의 매출 대부분(99%)이 국내에서만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부진한데도 대주주들이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을 챙긴다는 게 문제"라며 "이는 '적절한 분배'로 비춰져야 할 배당 제도의 취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