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 '북방영토' 협상 난항…타결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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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러시아 간의 남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에 걸쳐 남쿠릴 4개 섬 및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
안보 분야에서의 신뢰 강화를 위한 교류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양국 간 교역을 수년 안에 지금의 1.5배 수준인 연간 3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해 나가기로 하는 등 안보 교류와 교역 분야에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영토 문제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일본 언론은 간밤에 일어난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영토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별 진전이 없었다고 23일 전했다. ◇ '북방영토' 문제란 무엇인가
'북방영토(北方領土)'는 일본이 사용하는 말이다.
일본어로 '홋포료도'로 발음되는 이 지역은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에 있는 일본 땅이라는 의미다.
러시아가 현재 실효 점유하는 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 등 남쿠릴열도의 4개 섬이 해당한다.
러시아는 일본 측이 '북방영토'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이 끝날 즈음 러시아가 자국과의 불가침(중립) 조약을 깨고 점유한 이들 4개 섬을 홋카이도 행정구역에 편입해두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는 사할린주(州)로 편입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에 인접한 하보마이, 시코탄을 먼저 넘겨받고 구나시리와 에토로후를 추후 인도받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평화조약을 우선 체결하자며 맞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1년과 2013년 4개 섬 중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2개 섬을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으나, 지난해에는 4개 섬에서 미사일 사격 훈련을 하는 등 오히려 실효 지배를 과시하는 조처를 했다.
이들 섬의 영유권 분쟁은 제정 러시아가 19세기 초 사할린과 쿠릴 열도까지 진출하며 촉발됐다.
영토 분쟁을 벌이던 제정 러시아와 일본은 1855년 통상우호 조약을 맺고 4개 섬은 일본령으로, 캄차카반도 남쪽의 나머지 쿠릴 열도는 러시아령으로 하기로 했다.
쿠릴 열도 서편 사할린은 공유하기로 했다.
그러나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1905년 강화조약(포츠머스 조약)에 따라 북위 50도 이남의 남사할린을 갖게 됐다.
옛 소련은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한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에 전격 참전한 뒤 1945년 8월 이뤄진 일본의 항복 선언 직전에 사할린과 쿠릴 열도 전역을 점령했다.
소련은 1946년 이들 섬의 자국령 편입을 선언하고 남쿠릴열도 4개 섬 주민들을 일본 본토로 추방했다.
1951년 일본은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연합국과 태평양전쟁 종전을 공식 선언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을 통해 일본은 쿠릴 열도와 남사할린 주권을 포기했지만 쿠릴 열도의 지리적 범위가 명시되지 않아 지금까지 북방영토 문제가 이어져 온 배경이 됐다.
◇ 평행선 달리는 양측 입장…접점 찾을까
일본과 옛 소련은 냉전이 한창이던 1956년 국교 회복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 소련은 일본의 이익을 고려해 홋카이도에 근접한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두 섬을 넘기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 전제 조건으로 평화조약 체결을 내세웠다.
소련은 냉전이 본격화하던 시기의 미국 주도 샌프란시스코 강화 회의에 불참해 공식적으로 일본과의 전쟁을 종결짓지 못한 상황이었다.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에 대해선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 중에 협의를 계속하기로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악화일로의 냉전이 발목을 잡았다.
일본이 1960년 미국과 신 안전보장 조약을 체결하자 소련은 태도를 바꾸어 하보마이와 시코탄 반환을 전제로 일본에서의 외국군 철수라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맹방이 된 일본은 미국을 겨냥한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대규모 경제지원 카드를 앞세워 '북방영토'를 얻기 위한 협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이어왔다.
특히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정권 출범 이후 협상이 탄력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재집권한 푸틴 대통령을 모두 25차례나 만나는 등 '북방영토'를 얻는 일에 총력을 쏟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14일 싱가포르에서 1956년의 공동선언을 토대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보름 만인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또 만나 양국 외무장관을 협상 책임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지난달 14일 모스크바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간의 책임자급 협상이 이뤄진 뒤 이번에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1년 러일 정상회담 때부터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두 섬의 우선 인도를 시사하는 등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통한 실리를 챙기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인도 대상 섬의 범위와 주권 문제를 놓고 양국 간의 견해차가 큰 데다가 러시아 내부의 반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변수가 많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린 22일에도 러시아 주재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남쿠릴열도 4개 섬 반환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푸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쌍방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는 길게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며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러시아는 평화협정 체결 후에 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은 영토 협상을 마치고 평화협정을 맺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동에서 내달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안보회의에 맞춰 협상을 한층 가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두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의외의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NHK는 "아베 총리는 이번에 평화조약 협상 조문 작업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다"며 '북방영토'를 둘러싼 어려운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남쿠릴열도 4개 섬(북방영토)은
1981년 '북방영토의 날(2월 7일)'을 제정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쿠릴 열도 4개 섬 주변은 세계 3대 어장의 하나로, 막대한 해저 광물과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쿠릴 열도의 서남쪽 끝의 홋카이도 쪽에 있는 하보마이(歯舞)군도는 10여 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섬인 젤레니 섬의 면적이 약 45㎢로 가장 넓다.
시코탄(色丹)은 쿠릴 열도의 남동쪽 끝에 있는 면적 225㎢의 섬이다.
아이누어로 '최고의 장소'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업이 주민 생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중심 도시는 말로쿠릴스코예다.
캄차카반도 남쪽의 구나시리(国後, 러시아명:쿠나시르)는 면적이 1천490㎢다.
가장 높은 해발 1천819m의 탸탸 산이 1973년 7월 14일 폭발했다.
삼림이 풍부하고 쿠릴 열도에서 산업이 가장 발달해 있다.
길이가 204㎞ 정도로 가늘고 긴 모양인 에토로후(択捉, 러시아명:이투루프)는 쿠릴 열도 섬 중 가장 크다.
면적은 3천139㎢이고, 인구는 6천739명(2006년 기준)이다.
[참고:위키피디아 등]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에 걸쳐 남쿠릴 4개 섬 및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
안보 분야에서의 신뢰 강화를 위한 교류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양국 간 교역을 수년 안에 지금의 1.5배 수준인 연간 3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해 나가기로 하는 등 안보 교류와 교역 분야에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영토 문제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일본 언론은 간밤에 일어난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영토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별 진전이 없었다고 23일 전했다. ◇ '북방영토' 문제란 무엇인가
'북방영토(北方領土)'는 일본이 사용하는 말이다.
일본어로 '홋포료도'로 발음되는 이 지역은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에 있는 일본 땅이라는 의미다.
러시아가 현재 실효 점유하는 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 등 남쿠릴열도의 4개 섬이 해당한다.
러시아는 일본 측이 '북방영토'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이 끝날 즈음 러시아가 자국과의 불가침(중립) 조약을 깨고 점유한 이들 4개 섬을 홋카이도 행정구역에 편입해두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는 사할린주(州)로 편입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에 인접한 하보마이, 시코탄을 먼저 넘겨받고 구나시리와 에토로후를 추후 인도받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평화조약을 우선 체결하자며 맞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1년과 2013년 4개 섬 중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2개 섬을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으나, 지난해에는 4개 섬에서 미사일 사격 훈련을 하는 등 오히려 실효 지배를 과시하는 조처를 했다.
이들 섬의 영유권 분쟁은 제정 러시아가 19세기 초 사할린과 쿠릴 열도까지 진출하며 촉발됐다.
영토 분쟁을 벌이던 제정 러시아와 일본은 1855년 통상우호 조약을 맺고 4개 섬은 일본령으로, 캄차카반도 남쪽의 나머지 쿠릴 열도는 러시아령으로 하기로 했다.
쿠릴 열도 서편 사할린은 공유하기로 했다.
그러나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1905년 강화조약(포츠머스 조약)에 따라 북위 50도 이남의 남사할린을 갖게 됐다.
옛 소련은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한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에 전격 참전한 뒤 1945년 8월 이뤄진 일본의 항복 선언 직전에 사할린과 쿠릴 열도 전역을 점령했다.
소련은 1946년 이들 섬의 자국령 편입을 선언하고 남쿠릴열도 4개 섬 주민들을 일본 본토로 추방했다.
1951년 일본은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연합국과 태평양전쟁 종전을 공식 선언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을 통해 일본은 쿠릴 열도와 남사할린 주권을 포기했지만 쿠릴 열도의 지리적 범위가 명시되지 않아 지금까지 북방영토 문제가 이어져 온 배경이 됐다.
◇ 평행선 달리는 양측 입장…접점 찾을까
일본과 옛 소련은 냉전이 한창이던 1956년 국교 회복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 소련은 일본의 이익을 고려해 홋카이도에 근접한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두 섬을 넘기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 전제 조건으로 평화조약 체결을 내세웠다.
소련은 냉전이 본격화하던 시기의 미국 주도 샌프란시스코 강화 회의에 불참해 공식적으로 일본과의 전쟁을 종결짓지 못한 상황이었다.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에 대해선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 중에 협의를 계속하기로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악화일로의 냉전이 발목을 잡았다.
일본이 1960년 미국과 신 안전보장 조약을 체결하자 소련은 태도를 바꾸어 하보마이와 시코탄 반환을 전제로 일본에서의 외국군 철수라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맹방이 된 일본은 미국을 겨냥한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대규모 경제지원 카드를 앞세워 '북방영토'를 얻기 위한 협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이어왔다.
특히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정권 출범 이후 협상이 탄력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재집권한 푸틴 대통령을 모두 25차례나 만나는 등 '북방영토'를 얻는 일에 총력을 쏟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14일 싱가포르에서 1956년의 공동선언을 토대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보름 만인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또 만나 양국 외무장관을 협상 책임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지난달 14일 모스크바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간의 책임자급 협상이 이뤄진 뒤 이번에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1년 러일 정상회담 때부터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두 섬의 우선 인도를 시사하는 등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통한 실리를 챙기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인도 대상 섬의 범위와 주권 문제를 놓고 양국 간의 견해차가 큰 데다가 러시아 내부의 반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변수가 많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린 22일에도 러시아 주재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남쿠릴열도 4개 섬 반환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푸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쌍방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는 길게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며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러시아는 평화협정 체결 후에 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은 영토 협상을 마치고 평화협정을 맺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동에서 내달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안보회의에 맞춰 협상을 한층 가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두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의외의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NHK는 "아베 총리는 이번에 평화조약 협상 조문 작업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다"며 '북방영토'를 둘러싼 어려운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남쿠릴열도 4개 섬(북방영토)은
1981년 '북방영토의 날(2월 7일)'을 제정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쿠릴 열도 4개 섬 주변은 세계 3대 어장의 하나로, 막대한 해저 광물과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쿠릴 열도의 서남쪽 끝의 홋카이도 쪽에 있는 하보마이(歯舞)군도는 10여 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섬인 젤레니 섬의 면적이 약 45㎢로 가장 넓다.
시코탄(色丹)은 쿠릴 열도의 남동쪽 끝에 있는 면적 225㎢의 섬이다.
아이누어로 '최고의 장소'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업이 주민 생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중심 도시는 말로쿠릴스코예다.
캄차카반도 남쪽의 구나시리(国後, 러시아명:쿠나시르)는 면적이 1천490㎢다.
가장 높은 해발 1천819m의 탸탸 산이 1973년 7월 14일 폭발했다.
삼림이 풍부하고 쿠릴 열도에서 산업이 가장 발달해 있다.
길이가 204㎞ 정도로 가늘고 긴 모양인 에토로후(択捉, 러시아명:이투루프)는 쿠릴 열도 섬 중 가장 크다.
면적은 3천139㎢이고, 인구는 6천739명(2006년 기준)이다.
[참고:위키피디아 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