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기일연장 요청' 거부…검찰, 성폭행 혐의 수사 계속
조재범 "최고선수로 육성하고 싶었는데 잘못된 지도방식 반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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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상습적으로 때려 다치게 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23일 검찰의 재판 기일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이달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검찰은 심 선수가 주장한 성폭행 수사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재판부는 성폭행 고소 사실의 경우 해당 재판부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문성관 부장판사)는 이날 이 사건 속행 공판에서 검찰의 '속행 요청'을 거부하고 오는 30일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상습상해와 성폭력은 양자 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없다고 보인다"며 "피고인이 받는 7가지 공소사실(상습상해 등) 중 하나인 심석희 선수의 상해 부분만 따로 떼어내 성폭행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 범죄 사건 수사를 위해 재판을 속행하기는 어렵다"며 "상습상해 공소사실 중 문제가 된 폭행 부분을 철회하든지 아니면 공소사실을 유지할 것인지 입장을 정리하기 바란다"고 요청 거부 사유를 설명했다.

또 재판부의 심판 대상은 상습상해와 재물손괴이며, 성폭행 부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검찰은 심 선수의 성폭행 피해 고소장이 접수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 기일을 연장해 달라는 취지의 속행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거부로 검찰은 기존에 항소심 재판이 이뤄져 온 조 전 코치의 상습상해 등 혐의에 대해서만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재판 속행 요청은 (성폭행 고소 사실에 대한) 추가 수사를 위해서였다"며 "1월 30일까지 수사 마무리가 어려울 것 같아 공소사실을 유지한 상태로 판단 받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검찰은 폭행과 성폭행이 결합한 형태의 범죄로 의심되는 1건에 대해 수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른바 '심석희 폭행' 사건에 대한 재판을 마무리하게 됐다.

상습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 전 코치가 심 선수를 때려 다치게 한 사건은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 사이의 총 3건이다.

검찰은 이들 상해 3건 중 1건의 경우 심 선수가 고소장을 통해 주장한 여러 성범죄 피해 사실 중 1건과 결합한 형태의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앞으로 검찰은 이 1건에 대해 면밀히 수사해 이번 재판에서 다룬 상해 혐의와 별도로 기소할 수 있는지를 검토키로 했다.

이에 대해서도 성폭행 혐의로 처벌하기 위해서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별도 기소가 불가능하더라도, 심 선수가 주장한 피해 사실이 여러 개인 만큼 고소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처벌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성폭행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조 전 코치는 이날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로 육성하고 싶었는데 잘못된 지도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게 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16일 훈련 중 심 선수를 수십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 심 선수는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지난해 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