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 변호사역 정우성 "치유받는 느낌을 주는 영화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치유받는 느낌을 줄 겁니다. 작은 울림을 길게 남기고요. 나를 돌아보고 주변과 나누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정우성(46)은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서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측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았다. 순호는 목격자인 자폐 소녀와 만나면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전작 ‘더킹’ ‘강철비’ ‘인랑’ 등에서 선 굵은 남성적인 연기를 한 그가 모처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주제의식을 강요하지 않고, 소소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더라고요. 그런데 여운이 길었어요. 그동안 거대한 시대적 함의를 담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피로도가 높았는데, ‘증인’은 마음을 툭 놓고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더군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그가 맡은 순호는 신념에 따라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대형 로펌에 입사해 실리를 추구하게 된 변호사다. 횡설수설하는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의 증언은 증거 능력이 부족하고,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는 의뢰인은 신빙성이 있다. 순호가 자폐아에 대한 편견을 접는 순간,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된다. 자폐 소녀의 세계는 의외로 재미있고 그 세계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지우의 질문이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줄 겁니다. 이런 질문은 너무 닭살스럽고 우스워질까봐 쉽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지만 나는 얼마나 떳떳한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하거든요.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영화 속 대사처럼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볼게’라고 답할 겁니다.”

이 작품은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통해 10대 청소년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시나리오는 롯데시네마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정우성은 “이한 감독은 따뜻한 인간관계를 사랑하는 것 같다”며 “특화된 장르로 밀고 나가도 될 듯싶다”고 말했다.

영화는 ‘꽃미남스타’ 정우성도 세월 앞에 무력하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극중 순호의 얼굴에 주름이 완연히 드러나서다. “감독에게 제 주름을 그대로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주름은 삶의 흔적이니, 하나하나가 소중하거든요. 아름다운 것만 제 것은 아니죠. 다른 것들도 저를 성장시키고 완성시켜가는 요소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를 온전히 전하려면 주름을 살리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그러나 제 선택이 꼭 맞는다는 건 아닙니다. 여배우들은 다르겠죠.”

그는 출연작에 대한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 비유했다. 1997년 영화 ‘비트’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떴지만 경험을 쌓아가면서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악인을 그릴 때는 인간적 연민이 들면서도 ‘저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고 관객들이 생각해보길 원했다. ‘저렇게 살 수도 있겠지’라는 식으로 악인을 미화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영화 ‘아수라’에서 맡은 형사 역은 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순응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면, 영화 ‘감시자들’에서는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범죄조직 리더라고 설명했다.

“‘청춘의 아이콘’ 이미지를 답습했더라면 거기서 헤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한가지 모습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에 반감이 있어요. 제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찾아내 보여주려는 거지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