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선 양보 요구하는 볼턴식 접근 지양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일 국무위원장 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려면 정상회담을 실무적 차원의 절차협상과 연계하고 양측이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미 전문가가 지적했다.

아울러 2차 회담에서 너무 큰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와 평화 분야 비영리 외교정책기구인 '디펜스 프라이오러티스'(Defense Priorities)의 대니얼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22일 군사안보 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를 통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워싱턴의 회의적 분위기를 전하면서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성공의 기회를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상식적인' 제안들을 제시했다.
미 전문가 "미-북 정상회담 성공하려면 실무 절차와 연계해야"
그는 먼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이른바 비핵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무적 차원의 실질적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회담 이후 가장 큰 불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정상회담을 실무 절차와 연계할 것을 촉구했다.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지금까지 양측의 논의가 대부분 원칙론에 그치고 있으며 외교적 모멘텀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능력과 의지 때문에 유지됐다면서 이 때문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이하 수준의 회담은 별 의미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카운터파트를 만나는데 만 5개월이 걸렸음을 거론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오히려 김정은이 협상을 피하는 기회를 허용하고 있다는 밴 잭슨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 교수의 지적을 인용하면서 정상회담이 실무 절차, 또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연계돼있지 않기 때문에 쇼에 그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따라서 차기 정상회담이 미북 협상가들이 상부로부터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받는 공식 절차와 결부되지 않는다면 싱가포르 회담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양측이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양보만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파국을 맞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볼턴식' 접근법에서 보다 유연해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으로 흥정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에게 일방적인 선양보를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미국이 단계별 이행구조를 거부할 경우 정상회담은 사장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또 2차 회담이 성과를 거두려면 너무 큰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모든 비축 핵무기를 파괴하고 모든 핵시설을 국제사찰단에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베트남에 도착하는 순간 이처럼 원대한 꿈을 꾼다면 전략적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회담을 파국에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싱가포르 성명이라는 뼈대에 보다 많은 살을 붙이도록 압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의했다.

북한이 의미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어떤 것인지, 미국은 제재완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는 어떤 형태를 갖추게 될지, 협상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양측이 어떤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등등….
데빈 스튜어트 카네기 위원회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2차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스몰-볼'(small-ball)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너무 큰 것을 기대할 경우 회담에 부담스러우며 협상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