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영림목재 회장, 벤처 정신으로 목재업 개척…이번엔 '우드슬랩'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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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Success Story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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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업이나 소매유통업은 오랜 역사를 지닌 산업이다. 이곳에서 남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은 목재업에 연구개발과 벤처 개념을 도입해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박종업 성남보물창고 대표는 ‘생활용품의 모든 것’을 표방하며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들은 틈나는 대로 소외된 이웃을 돕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이들의 경영 노하우를 들여다봤다.
1980년대 중반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69)을 태운 4륜 구동차가 동남아시아의 밀림 속 낭떠러지로 굴렀다. 동물들이 먹는 음식으로 연명하며 가까스로 빠져나온 그는 온몸에 상처가 났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캐나다 밴쿠버 부근 프레이저강 상류에서 원목 검사를 위해 강 위에 떠 있는 목재를 딛고 다닐 땐 물속에 빠질 뻔했다. 살얼음에 미끄러진 것이다. 목재 사이로 추락하면 목숨을 건지기 어렵다. 거대한 원목을 헤치고 강물 속의 사람을 신속하게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백 회에 걸쳐 해외 산림지를 다녔다. 지구를 수십 바퀴 돈 셈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동유럽 중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 수십 개국의 산림지를 구석구석 돌아본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떤 나무 제품에 가장 적합한 수종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나무를 찾아 연구하고 말리고 가공해서 최적의 제품으로 만드는 데 40년을 보냈다.
대부분 사람은 목재업을 단순한 업종으로 생각한다. 나무를 잘라 가구나 건축자재를 만드는 사업으로만 여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다르다. 그는 목재산업에 연구개발과 ‘벤처(모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있는 이 회사는 오는 10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이 회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도전을 해왔다. 이 중 몇 가지만 보자. 우선 특수목으로 우회 수입하던 악기재를 직접 수입해 악기업체에 공급했다.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를 만드는 나무는 단단하고 변형이 없어야 한다.
이 회장은 “목재의 나이테가 1인치에 7개 이상 될 정도로 촘촘하고 곧아야 비로소 악기재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전엔 대부분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여왔다. 이 회장은 세계 각국의 특수목 100여 종을 국내에 소개했다. 문화재 보수에 쓰이는 백두산 홍송, 고급 가구재인 과테말라 장미나무, 공명이 잘돼 악기재로 좋은 미국의 메이플 등이다. 특수목은 비싸다. 하지만 제값을 한다.
둘째, 물류 관련 목재 제품의 국제인증(유럽 표준규격인 EPAL 등) 취득과 로봇을 이용한 생산 자동화다. 목재와 합판을 적절히 결합해 내구성을 높인 ‘목재결합 합판 팰릿’도 선보였다. 팰릿은 화물을 운반하거나 보관할 때 쓰이는 짐판이다. 건열 처리된 천연목재와 합판을 이용해 만든 이 제품은 기존 100% 합판팰릿에 비해 강도 면에서 뒤지지 않고 가격이 싼 장점이 있다. 이를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셋째, 상선과 크루즈선 등 중대형 선박에 사용되는 고급 목재시장을 뚫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럽 선박장비인증(EU-MED)’을 국내 처음으로 받았다. 국내 조선소들은 이 인증을 받은 국내 업체가 없어 해외에서 선박용 목재를 조달해 왔다. 노르웨이·독일 통합선급협회(DnV GL)로부터 EU-MED를 받았다. 이는 세계 선박 장비 소재 인증 가운데 가장 까다롭다.
넷째, 통원목 테이블 ‘우드슬랩’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원목을 잘라 건조시켜 만든 원목판이다. 나뭇결이 살아있어 아름다운 데다 튼튼한 게 특징이다. 호두나무 느티나무 삼나무 물푸레나무 등을 사용한다. 우드슬랩은 자연건조, 인공건조, 양생건조, 표면가공, 도장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제작과정이 1년 이상 걸린다. 사람의 지문이 다르듯 같은 수종이라도 동일한 무늬가 없어 ‘나만의 테이블’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장은 “사무실이나 가정집,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예술적인 테이블로 멋진 분위기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아직은 공장 내 전시장에서만 진열하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 국내 대표적인 가구거리인 서울 논현동에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그는 수백 회에 걸쳐 해외 산림지를 다녔다. 지구를 수십 바퀴 돈 셈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동유럽 중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 수십 개국의 산림지를 구석구석 돌아본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떤 나무 제품에 가장 적합한 수종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나무를 찾아 연구하고 말리고 가공해서 최적의 제품으로 만드는 데 40년을 보냈다.
대부분 사람은 목재업을 단순한 업종으로 생각한다. 나무를 잘라 가구나 건축자재를 만드는 사업으로만 여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다르다. 그는 목재산업에 연구개발과 ‘벤처(모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있는 이 회사는 오는 10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이 회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도전을 해왔다. 이 중 몇 가지만 보자. 우선 특수목으로 우회 수입하던 악기재를 직접 수입해 악기업체에 공급했다.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를 만드는 나무는 단단하고 변형이 없어야 한다.
이 회장은 “목재의 나이테가 1인치에 7개 이상 될 정도로 촘촘하고 곧아야 비로소 악기재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전엔 대부분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여왔다. 이 회장은 세계 각국의 특수목 100여 종을 국내에 소개했다. 문화재 보수에 쓰이는 백두산 홍송, 고급 가구재인 과테말라 장미나무, 공명이 잘돼 악기재로 좋은 미국의 메이플 등이다. 특수목은 비싸다. 하지만 제값을 한다.
둘째, 물류 관련 목재 제품의 국제인증(유럽 표준규격인 EPAL 등) 취득과 로봇을 이용한 생산 자동화다. 목재와 합판을 적절히 결합해 내구성을 높인 ‘목재결합 합판 팰릿’도 선보였다. 팰릿은 화물을 운반하거나 보관할 때 쓰이는 짐판이다. 건열 처리된 천연목재와 합판을 이용해 만든 이 제품은 기존 100% 합판팰릿에 비해 강도 면에서 뒤지지 않고 가격이 싼 장점이 있다. 이를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셋째, 상선과 크루즈선 등 중대형 선박에 사용되는 고급 목재시장을 뚫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럽 선박장비인증(EU-MED)’을 국내 처음으로 받았다. 국내 조선소들은 이 인증을 받은 국내 업체가 없어 해외에서 선박용 목재를 조달해 왔다. 노르웨이·독일 통합선급협회(DnV GL)로부터 EU-MED를 받았다. 이는 세계 선박 장비 소재 인증 가운데 가장 까다롭다.
넷째, 통원목 테이블 ‘우드슬랩’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원목을 잘라 건조시켜 만든 원목판이다. 나뭇결이 살아있어 아름다운 데다 튼튼한 게 특징이다. 호두나무 느티나무 삼나무 물푸레나무 등을 사용한다. 우드슬랩은 자연건조, 인공건조, 양생건조, 표면가공, 도장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제작과정이 1년 이상 걸린다. 사람의 지문이 다르듯 같은 수종이라도 동일한 무늬가 없어 ‘나만의 테이블’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장은 “사무실이나 가정집,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예술적인 테이블로 멋진 분위기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아직은 공장 내 전시장에서만 진열하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 국내 대표적인 가구거리인 서울 논현동에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