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회의장 놓고 펠로시와 신경전 벌이다 결국 예정일 강행 포기
국정연설 연기는 레이건 때 이후 33년만…초청 취소는 사상 처음
트럼프, 새해 국정연설 결국 연기…"셧다운 끝나면 하겠다"
새해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의 날짜와 장소를 놓고 민주당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해소 이후에 연설을 하겠다고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밤 트위터에 글을 올려 "셧다운이 끝날 때 연설을 할 것"이라면서 "나는 국정연설을 할 대체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원 회의장의 역사, 전통, 중요성과 겨룰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도 예정대로 오는 29일 국정연설을 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보였으나, 하원 1인자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이 "셧다운 해소 전까지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걸자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미국 대통령은 해마다 연초에 하원 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 형식으로 국정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다.

이 자리에는 상·하원의원들 외에 대법관들과 기타 초청객들이 참석하고, 연설 장면은 TV로 수백만 시청자들에 중계된다.

AP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들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하원 회의장 입장을 저지할 것으로 보고 상원 회의장이나 남부 국경을 방문해 국정연설을 하는 '플랜 B'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셧다운의 원인이 된 멕시코 국경장벽의 건설 필요성을 현장에서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펠로시 의장에게 굴복함으로써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국정연설을 연기한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예정일에 국정연설을 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의회의 국정연설 초대 자체가 취소된 전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AP는 보도했다.
트럼프, 새해 국정연설 결국 연기…"셧다운 끝나면 하겠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심야 트위터에서 국정연설 연기의 책임을 펠로시 의장에게 돌리며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이 진행되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가 내게 국정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동의했다.

그 후 펠로시가 셧다운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이것은 그의 특권"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는 가까운 미래에 '대단한' 국정연설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트윗을 올리기에 앞서 이날 열린 한 백악관 행사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극좌 민주당 인사들, 급진적 민주당 인사들을 두려워한다"라고도 공격했다.

이런 가운데 상·하원에서는 셧다운을 끝내기 위한 입법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공화·민주 양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먼저 상원에서는 24일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를 반영하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타협안을 반영한 예산법안에 대해 표결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 의석은 53석으로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석에 7석 모자라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장벽 예산 57억 달러와 비슷한 금액을 통관항과 국경 지대의 보안 향상을 위한 첨단 장비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스마트 장벽' 예산으로 투입하겠다는 대안을 마련해 하원에 상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